‘4등’부터 ‘빅쇼트’까지…당신이 놓친 상반기 영화 TOP4 [상반기결산-영화③]

2016-06-29 02:00

위, 왼쪽부터[사진=영화 '4등', '헤일, 시저!', '클랜', '빅쇼트' 메인 포스터]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치열하고 뜨거웠다. 스타들을 앞세운 팝콘무비부터 많은 팬 군단을 거느린 히어로무비,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초청 등 해외영화제의 호평을 얻은 영화들까지. 올 상반기 영화계는 그야말로 뜨겁고 화려했다. 712편으로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편수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다양한 유행어를 낳는 등 세간의 관심을 얻었지만 왜인지 높은 완성도와 탄탄한 시나리오로 호평을 얻었던 이 작품들은 관객들의 눈에 들지 못했다.  당신이 미처 보지 못한, 당신이 놓친 상반기 영화 베스트 5는?

배우 박해준(왼쪽), 아역배우 유재상[사진=영화 '4등' 스틸컷]


◇ 정지우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그 이야기, ‘4등’

‘해피엔드’와 ‘은교’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정지우 감독은 ‘4등’을 두고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4월 13일 개봉한 영화 ‘4등’(감독 정지우·제작 정지우필름·제공 배급 ㈜프레인글로벌·배급 CGV아트하우스)은 재능은 있지만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새로운 수영 코치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4등’은 밀도 있는 드라마와 섬세한 묘사가 인상 깊은 영화다.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폐해와 강압적인 체벌 등 대물림되는 폭력이나 아이들의 시선을 과감하게 짚어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정지우 감독은 따듯한 시선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문제점들을 짚고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며 언론의 호평을 얻어왔다.
영화의 백미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감각적인 연출이다. 몇몇 영화 관계자들이 상반기 최고의 영화로 꼽을 정도로 스토리 면이나 연출력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나 누적관객수 3만 7,544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는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미,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을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정지우 감독의 ‘4등’을 놓칠 수 없겠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사진=영화 '헤일, 시저!' 스틸컷]


◇ “반드시 개봉시켜야 한다!” 웃픈 개봉사수작전 ‘헤일, 시저’

3월 24일 개봉된 ‘헤일, 시저’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의 코엔 형제가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1950년 할리우드 최고의 무비 스타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 분)이 납치되자 영화 제작에 위기를 맞게 된 영화사 임원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 분)가 영화판 베테랑들과 벌이는 개봉사수작전을 담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환상적인 라인업이다. 조지 클루니, 조슈 브롤린,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스칼렛 요한슨, 채닝 테이텀, 조나 힐 등 스타들이 총출동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물론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시종 웃음을 자극한다.
또한, 1950년대 헐리우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당시 헐리우드의 레트로한 톤과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한 분위기를 그대로 그려낸 ‘헤일, 시저’는 35mm 필름 촬영을 선택해 실제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전한다. 그 시절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곳곳에 고전영화 특유의 우아함이 묻어있다.

누적관객수 3만 4,294명을 기록한 ‘헤일, 시저!’는 해외 유명 배우들의 뻔뻔 연기와 1950년대 헐리우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재미를 안겨준다.

[사진=영화 '클랜' 스틸컷]


◇ 감각적 구도, 세련된 표현 기법을 가진 뉴 타입 스릴러 ‘클랜’

누적관객수 6550명. 그야말로 처참한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클랜’(감독 파블로 트라페로·수입 배급 ㈜더블앤조이픽쳐스·공동배급 ㈜쇼미미디어앤트레이딩)은 8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1980년대 초반 군부 독재정권의 몰락과 민주주의로 복권이 이뤄진 시기,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벌어진 희대의 일가족 범죄 실화를 그렸지만 폭력적이고 끔찍한 면면들을 과시하려 들지 않는다.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은 더욱 끔찍하고 섬뜩한 상상력을 더하고 세련된 영화적 언어들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강렬한 스토리는 속도감 있는 전개 방향과 감각적인 편집으로 더욱 높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더한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OST 역시 세련됐다. 특히 킹크스(Kinks)의 ‘써니 애프터눈(sunny afternoon)’ 등 OST는 영화의 강렬한 이미지를 관객의 뇌리에 새기는 것에 성공했다.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들은 영화의 끔찍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뻔하지 않은 세련된 스릴러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클랜’은 필히 볼 것.

[사진=영화 '빅쇼트' 스틸컷]


◇ 천재 괴짜들과 금융 위기의 진실! 경제를 몰라도 볼 수 있는 ‘빅쇼트’

1월 21일 개봉한 영화 ‘빅쇼트’(감독 아담 맥케이·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선 작품들보다는 꽤 많은 관객인 44만 6712명을 끌어모았지만 그 명성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금융권의 사기를 눈치챈 4명의 괴짜 천재들이 20조의 판돈으로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도박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빅쇼트’는 2008년 전 세계를 흔든 금융 위기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이클 루이스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코미디언 출신인 감독 아담 맥케이를 만나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탄탄한 스토리는 더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지루할 틈이 없는 전개 방식과 화려하고 현란한 촬영 및 편집 기술 역시 돋보인다.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 궁금한 이들, 세련된 연출 기법을 좋아하는 이들이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 대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은 관객이라면 놓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