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배출가스 조작으로 문제였던 폭스바겐이 이번엔 ‘친환경차’로 허위 광고를 한 사실이 적발돼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출가스(유로 5) 기준 충족’ 등 친환경을 강조하는 동시에 ‘고성능·고연비’ 등으로 허위 광고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에 과징금 373억2600만원을 부과했다고 7일 밝혔다. 또 AVK, 폭스바겐 본사 2개 법인과 요하네스 타머 현 AVK 총괄대표 등 전·현직 고위임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8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환경부로부터 32개 차종 80개 모델 8만3000대에 인증취소·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던 폭스바겐이 이번엔 소비자 기만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된 셈이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것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금까지는 2002년 KTF 비방 광고를 이유로 SK텔레콤에 부과한 20억8000만원이 최대다.

해외 경쟁당국 과징금 부과 사례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탈리아 경쟁당국의 경우 이 같은 폭스바겐 허위 광고에 약 500만 유로(62억원), 브라질·대만 경쟁당국도 각각 28억원, 1억8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인증시험 때만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하도록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지만 평상시에도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또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줄어들지만, 출력이 줄고 연비가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차량이 배출가스를 줄이면서도 높은 연비와 성능 유지가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폭스바겐 광고 행위가 거짓·과장성 또는 기만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차량의 친환경성 부분을 부당 광고해 매출을 올린 점 등을 감안해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허위광고 기간 폭스바겐 디젤차량 판매량은 이전보다 약 15배 급증했고, 관련 매출액만 4조4000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허위 광고 행위까지 드러났지만 여전히 리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차량교체나 환불에도 소극적이어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장 국장은 “환경부의 최종 리콜 승인 여부와 이번 과징금 부과는 별개지만 국민의 폭스바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영향을 줬다”며 "공정위 의결서는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피해구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