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4년 반만의 최대 순익에도 연체율 증가 등 우려 여전
2016-11-29 07:53
아주경제 노경조·문지훈 기자 =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4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출 연체율 상승과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문제를 감안하면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은 당기순이익이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늘었다. 3조3000억원 순익을 기록한 2012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새 저금리 기조로 이자 마진이 줄어든 데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실채권이 늘면서 분기당 은행권 순익이 2조원대 초반을 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이번 순익 증가에는 수익 증가보다 비용 감소의 영향이 컸다.
이자이익이 8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2.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예대마진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54%로 1년 전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비용 감소폭은 컸다. 대손충당금전입액 등 대손비용은 2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조5000억원(89.2%) 감소했고,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도 이 기간 2000억원이 줄었다.
순익이 증가하면서 각종 수익성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총자산이익률(ROA)은 0.57%로 지난해 3분기(0.24%)의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고, 경영효율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년 새 3.14%에서 7.71%로 급등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취약업종 중심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3분기 말 현재 1.71%로 전 분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으나, 건설(3.93%), 조선(14.33%), 해운(9.85%) 등 일부 취약업종은 높은 수준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선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정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원화대출 연체율 오름세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달 0.81%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0.01%포인트로 예년 10월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흐름상으로는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1.23%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1%포인트 떨어진 0.31%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각종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한 분기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리스크 관리 중요도를 높게 보고 자금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