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소는 누가 키우나
2016-11-09 16:39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바로 그 ‘안정된 생업’과 직결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그 사람의 소득과 연결되고 소속감, 자존감, 자아실현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편안한 일상생활과 경제적 행복을 위해서 일자리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현실은 엄혹하다. 청년들은 생애 첫 번째 직장으로서 번듯하고 안정적인 대기업 일자리를 원한다. ‘안정된 생업’ 때문이다. 하지만 2% 안팎의 저성장 시대에 대기업들은 국내 채용을 늘리는 대신 중국, 멕시코, 베트남, 폴란드 등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는 지금 2%대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러리라고 예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참으로 암담하다. 게다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달 고용통계를 보면, 제조업 일자리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조선업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는 누가 만드나?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할 뿐이고, 결국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사정은 어떠한가? 자영업,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다 어려운 상황이다. 자영업이 주도하는 체감경기는 바닥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지난 9월말 김영란 법의 발효로 식당을 비롯한 자영업은 더 어려워졌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말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업황전망 건강도 지수)를 해본 결과 86.1점이 나왔다. 100점을 넘어야 경기전망이 낙관적인데 86.1점이라면 매우 비관적이란 얘기다. 게다가 최근 1년 동안 100점을 넘어본 적이 없다. 중소기업들의 경기가 앞으로 나빠진다고 보는 기업의 숫자가 좋아진다고 보는 기업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믿었던 수출은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꽤 됐다. 이처럼 소비 위축, 수출 부진 등으로 앞이 잘 안 보인다. 정부, 기업, 노조, 국회가 모두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한 형국이다.
해법은 없나? 묘책은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각자 자기 자리를 잘 지켜야 한다. 배가 흔들리면 선장, 항해사, 갑판장 등 지도자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여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빨리 수술을 하고 새 살을 틔워야 한다. 암을 말기에 발견하면 살기 어렵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다시 살 수 있는 것처럼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 수술이 두렵고 아프다고 담방약 처방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나라경제를 살린다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감기약 처방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7%였는데, 건설업에 의한 성장률이 0.6%(성장률의 86%)다. 말이 안 나온다.
풍전등화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 상황이다. 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꽉 막혔다. 생업과 일자리, 항산을 걱정해야 할 국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나가고 있다. 하루의 일당과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분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생업과 일자리 창출을 걱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들이 나라경제를 걱정하고 정치를 걱정하고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