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일자리를 부탁해

2016-10-19 15:33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먼저 최근 통계청이 잇달아 발표한 일자리 통계 3가지를 소개한다. ‘일자리 통계1’ 9월 청년실업률은 9.4%로 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은 3.6%로 200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일자리 통계2’ ‘취업시간별 취업자’ 자료를 보면 1주일 근무시간이 17시간 이하인 ‘초단기 근로자’의 숫자가 지난 3분기에 134만3000명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통계3’ 대졸 실업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실업자 98만5000명 가운데 대졸자는 31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치이며,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32%)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44.5%로 더 올라간다. 참고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의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 비중은 12.1%였으며, 대졸 실업자의 숫자는 16만1000명이었다.

위 3가지 일자리 통계는 우리나라 일자리의 양과 질에 모두 문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학력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도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일자리다. 고용의 안정성은 물론 노후불안과 소득불평등 역시 일자리와 연관돼 있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일자리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다. 다니엘 핑크는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Free Agent Nation)’에서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는 지속적 관계가 아니라 거래적 관계가 될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이제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고용하는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 방식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옛날 얘기가 되었고, 평생직업의 시대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시대,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일자리는 더 줄어들고, 더 유연화되고, 더 개인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일자리 격변의 시대에 최고의 애국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분들이다.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일자리 창출이 돼야 하고, 다음 정부는 ‘일자리 정부’가 돼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들이 모두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도 부족하다.

그렇게 부족한 일자리를 어디서 만들 것인가? 먼저, 의료, 금융, 교육,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 내수를 키우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히든챔피언으로 성장시켜 대기업에 버금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꿔나가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중소기업이 고유의 기술력에 기초해 혁신적이어야 하고,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그래서 월급도 많이 주고 근무환경도 대기업처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즉, 사람에 투자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아울러 직업훈련을 내실화하고 실업급여를 확충해야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며, 실업자가 되더라도 금방 재취업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 정보화의 큰 흐름 속에서 일자리는 갈수록 유연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지켜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가 시급히 정비해야할 사회적 안전망은 일자리 안전망이다. 고용보험 시스템을 통해서 기업이 아닌 사회가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는 갈수록 유연해지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튼튼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근로자들의 소득은 올라가고 불안감은 낮아져야, 소비가 살아나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노후가 불편한 엄마도 부탁해야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일자리를 부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