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깜깜해진 삼성이 지금 해야할 일
2021-01-21 15:54
삼성의 위기일까? 주초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사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국민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비상경영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잘 넘길 것으로 믿는다. 과거에도 이런 위기는 수차례 있었으니까.
위기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야말로 삼성의 미래를 구상하고 새로운 비전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다. 재도약과 변신의 기회다. 이 부회장이 올해 쉰셋이니 나이도 적지 않다. 빠르면 올해 가을, 늦어도 내년 봄(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이전)이면 영어의 몸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다. 그때 시작하면 너무 늦다.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단순화다.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휴대폰, SI 등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더 집중하는 것이다. 계속 그래왔지만, 지금 한 번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이 1970년 전후니까 50여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더 깊이 파야 한다.
둘째, 청년 정신이다. 1938년의 삼성상회로부터 역산해 보면 창업한 지 83년째다. 노후화되고 관료화되기 쉬운 나이다. 끝없는 도전의 청년 정신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130여년 전에 에디슨이 설립한 미국의 GE도 끝없이 변신하고 있다. 가전제품, 비행기 엔진, 철도차량, 의료기기, 금융서비스 등을 하던 GE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 ‘디지털 GE’로의 변신을 선언한 바 있다.
셋째, ‘ESG 경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강조하는 트렌드 중 하나가 ESG(환경, 사회책임, 거버넌스)다. 이번 주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도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상장회사의 ESG 공시를 독려하고, 조만간 의무화할 모양이다. ESG가 부담스럽고 비용이나 규제로 생각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 등 모범 기업들의 선도적 실천으로 ESG 경영의 효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암재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카네기재단, 포드재단, 록펠러재단, 빌게이츠재단 등에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현대의 창업자가 세운 아산재단이 호암재단보다 훨씬 더 활발해 보인다. 재정은 더 튼튼해지고, 활동은 더 다양해지고 활발해져야 한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단골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고,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 수 있나요?" 한 우물을 오래 깊이 파라, O2O가 중요하다, 플랫폼이다, 세계시장을 공략하라 등의 얘기를 해주지만 이론보다는 사례다. "정주영 회장처럼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고, 이병철 회장처럼 좋은 인재를 뽑아 꼼꼼하게 경영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해방 직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올해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현대와 삼성을 필두로 하는 기업들이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은 현대에 배우고, 현대는 삼성에 배워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많은 후배 기업들의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좋은 인재들이 몰린다. 요즘 청년들은 아무리 처우가 좋다고 해도 환경에 피해를 주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사회책임에 둔감한 기업이라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 반대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양성평등이 확고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환경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비록 중소규모라고 할지라도 취업하려고 덤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