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국민의 국민연금?
2016-10-12 15:58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요즘 우리 국민들의 노후불안이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후준비 부족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한다. 일자리에서는 일찍 밀려나는데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있으니 당연한 걱정이다. 최근에는 대선 후보들이 국민연금을 여기저기에 투자하자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어서 걱정이다.
과연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인가? 설립 취지는 그렇다. 퇴직한 국민들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1988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런데 2015년 현재 국민연금의 납부예외자는 450만 명가량이고, 장기 체납자는 110만 명으로서 전체 660만 명가량이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왜 이런 사각지대가 폭넓게 존재하고 있을까?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낮다는 지적, 국민연금이 2060년에는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에 의한 연금인가?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월급의 4.5%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사용자가 나머지 4.5%는 본인이 내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이사회에는 사용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총, 전경련, 한국노총, 민주노총, 소비자연맹, 대한변협, 보건복지부를 대표하는 분들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분들이 기금운용본부로부터 기금운용 계획과 결과를 보고 받으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에 의한 연금인지는 의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이나 기금운용본부장이 복지부, 국회 등에 불려 다니면서 외부 입김에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들이 많다. 국민연금이 국민에 의한 연금이 되도록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장치들이 보다 더 정교하게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을 위한 연금인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매우 낮다. 1988년 설립 초기에는 월급의 5%만 불입하면 나중에 월급의 70%를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월급의 9%를 불입하는데도 월급의 40%밖에 받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임금근로자가 평균적으로 53세에 직장에서 물러난다는 걸 감안하면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25%내외라고 한다. 게다가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도 낮다고 한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3년 평균 4.5%, 5년 평균 6.9%, 10년 평균 6.1%였다. 미국(CalPERS)은 각각 10.0%, 10.9%, 6.9%였고, 캐나다(CPPIB)는 각각 9.7%, 8.8%, 7.5%였다.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연금 수익률도 우리보다 높았다. 국민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해법은 무엇인가? 먼저 거버넌스의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있는 직원들이 9개월은 자체 감사, 복지부 감사, 감사원 감사, 국회 감사를 받는데 쓰고 나머지 3개월만 기금운용에 사용한다고 한다. 불필요한 감사를 받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오직 ‘수익률’만을 위해 일하도록 거버넌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수익률이 1%p 올라가면 국민연금의 재정고갈 시기가 8년가량 늘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러느라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은 왜 모르는 것인지? 그리고 우수한 운용인력을 확보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수한 인력이 훌륭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정부 지급보증을 관련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연금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정부가 국민연금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연금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