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주자유택(住者有宅)의 원칙을 헌법에
2020-07-15 18:08
부동산이 들썩거리면 나라 경제가 망가진다. 인건비 올라가고 임대료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면 한국 제품과 서비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연구하고 실험하고 신제품 개발하는 대신에 땅이나 집을 보러 다니고 건물주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게 되면 나라의 미래와 비전이 없어진다. 어느 누가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밤을 새고, 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을 하고, 땀 흘려 일하겠는가? 글로벌 강소기업이든 유니콘이든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개인과 기업, 나라 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공직자들이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금융위 공무원, 금감원 임직원, 증권회사나 한국거래소 임직원의 주식 투자는 아예 금지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이 들썩거리니까 다시 책상 속에서 꺼내든 정책이 국가균형발전이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마무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오래된 메뉴지만 계속 팔리는 메뉴다. 비대면 비접촉 서비스가 많아지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굳이 복잡한 서울에 잔뜩 몰려 살 이유는 더더욱 없어질 것이다. 교통도 중요한 요인이다. 올해 개통 예정인 영국 런던의 크로스레일 사례를 보면, 런던 도심보다는 크로스레일이 통과하는 외곽의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영국의 크로스레일처럼 우리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도 인구와 교통량, 주택 수요를 외곽으로 분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장기대책에 더해서 단기대책도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늘렸는데, 이로 인해 늘어난 시중의 부동자금은 주택시장 불안의 주된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전국적으로 약 50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현금 보상을 줄이고 대토 보상을 늘리며, 부동산 리츠 상품으로 유인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시중 부동자금의 물꼬를 벤처기업 투자, 코스닥 활성화 등 부동산이 아닌 쪽으로 유인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말 마감된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에 31조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고 청약 경쟁률은 323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창업자에 한하여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벤처특별법을 개정하고, 기술특례상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
주택 관련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교수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도심 집값의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도시 생활을 포기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거주자를 위한 정책을 길게 보고 꾸준히 추진하면 주택시장은 결국 안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