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나라?...국무회의 관여 정황 포착돼 파문 더욱 증폭
2016-11-07 15:42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국무회의에 직접 관여했다는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씨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국정에 개입했는지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단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국에 미칠 파장은 핵폭탄급이 된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을 받는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의 대포폰 3대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와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휴대폰에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파일과 메모 등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지난 해 말까지 국무회의를 포함한 정책 현안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등 자신의 요구를 휴대전화로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단서를 포착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그가 최 씨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르며 복종한 내용도 발견됐다.
당초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의견을 최 씨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정도의 역할에 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닌 최 씨의 하수인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사인(私人)에게도 절대적으로 복종한 것이 박 대통령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는지, 또는 박 대통령 모르게 이면에서 이뤄진 일인지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다수의 청와대 외교·안보 문건 등을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1998년부터 지금껏 곁을 지킨 최측근으로, 일정 관리와 연설문 작성 등 업무를 맡아 왔다.
수사를 통해 최 씨의 국무회의 직접 개입이 명확히 입증된다면 그동안 최 씨가 연설문이나 홍보물을 미리 받고 수정했다는 차원을 넘어 국정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각종 회의에도 최씨가 간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져 파문은 확산될 수 밖에 없다.
국무회의는 매주 열리지만,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격주에 한번이고, 순방 등 일정에 따라 적게는 한달에 1번이다. 일반 국무회의와 달리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의 경우 모두 발언이 공개됨으로써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담기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씨가 이 발언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야말로 최씨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끈 것이 된다.
검찰 수사 결과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최씨의 태플릿 PC에서 확인된 연설문 수정은 대부분 2012년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도 최씨가 각종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씨의 국정개입 정황은 전방위에 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는 국정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안에 걸쳐있다.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국가재정전략회의, 규제개혁장관회의, 무역투자진흥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사회보장위원회 회의 등 숱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무역투자진흥회의다. 박 대통령이 34년만에 부할시킨 이 회의에는 다른 회의와 달리 경제 5단체장과 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다. 즉 청와대와 재계가 공개적으로 만나는 자리인 것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강제적으로 출연한 대기업들은 이들 경제 5단체에 소속된 회원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