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고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불황과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등 경영 외적 변수까지 겹쳐서다.

이런 가운데 창업주들의 기일도 조만간 예정돼 있다. 오는 15일 담연(湛然) 최종건 SK그룹 창업주 43주기를 시작으로 정석(靜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14주기(17일),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29주기(19일), 학산(鶴山) 김철호 기아자동차 창업주 43주기(22일), 금석(錦石)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 10주기(24일), 양현(洋賢)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10주기(26일) 등이 이어진다.

‘사업보국’을 목표로 평생을 기업에 헌신한 이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손들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을 꼽으라면 아마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다시 발휘하라”일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손자에게 호암은 생전 강조했던 “기업가에게 있어 사업상의 위기는 하나의 도약대와도 같다. 위기를 극복할 때마다 그 기업가는 한결 폭넓게 원숙해진다"며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는 것은 그 기업가의 한계를 뜻하는 것이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것이다.

또 “실패도 재산"이라며 "무모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생각나는 대로 경영을 해서는 안 되지만 신중하게 철저히 사전 검토한 것이 잘못됐을 때는 그것도 나중에 하나의 재산이 된다"는 말을 덧붙일 듯 싶다.
 
담연도 조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비슷한 말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담연은 생전 “시작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며 "어떠한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도 '안 되는 것이 없고, 안 되면 되게 한다'는 강한 도전정신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을 당부한 바 있다.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인 학산은 불황 극복의 열쇠로 ‘공존’을 강조했을 것이다. 생전 “기업이 발전하려면 주변의 모든 기업이 함께 발전해야 하고, 또한 경쟁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긴 그는 국·내외 경쟁사들과의 전쟁을 결코 피하지 않았다.

해운업계 창업자들의 이번 기일은 그 어느 해보다 침울할 것으로 보인다. 양대축 중 하나인 한진해운은 좌초 위기에 몰렸고, 또다른 축인 현대상선은 그룹의 품안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10년 전 양사 선대 회장이 불과 이틀 간격으로 별세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정석이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마 “체념하는 것도 지혜다”일 것이다. 정석은 생전 “의지와 노력으로도 안 되겠다 생각되면 빨리 체념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다. 사업을 하면서 매번 성공을 거두고 이익을 남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사업을 함에 있어 ‘처음엔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라. 항상 이기기만 바라는 것은 또한 겸손하지 못한 오만과 통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