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공격적 M&A로 ‘글로벌 새 판짜기’ 본격 시동…삼성·현대차 위기에 재계 3위 SK에 쏠리는 눈

2016-10-16 17:59
사업구조 혁신·자산효율화·업무방식 변화 등 3대 혁신…SKMS까지 개정
하이닉스 등 전 계열사 M&A 추진…리소스풀링·원샷법 적극 활용할 듯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SK그룹에 변화와 혁신의 태풍이 불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사면 이후 경영복귀 1년을 넘기면서 그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업종을 불문한 전 세계적인 불황을 내부적으론 대대적인 조직 쇄신으로, 대외적으론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정면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잇따른 배터리 발화 사고로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을 결정한 삼성전자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국내 ‘빅2’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휘청거리면서 재계 서열 3위인 SK의 행보에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6일 SK그룹에 따르면, △사업구조 혁신 △자산효율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 3대 부문에서 뼈를 깎는 혁신을 실천하는 한편, 그룹 경영의 ‘헌법’이자 ‘바이블’로 내려오고 있는 SKMS(SK경영관리체계)에도 메스를 댄다.

최 회장과 40여명의 그룹 사장단은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혁신의 실천’을 경영 키워드로 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CEO세미나는 SK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경영전략 등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올해에는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한 변화와 도전’을 주제로 2박 3일, 57시간에 걸친 끝장 토론이 진행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근본적 혁신(Deep Change)’, ‘자기초월성’, ‘열정적’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실천과 실행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계열사 CEO들에게는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서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며 강한 채찍질을 가했다.

SK그룹의 혁신안 가운데 가장 크게 이목을 끄는 대목은 M&A 추진이다.

실제 앞서 지난달에는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90억원에 사들였고, SK텔레콤 역시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했다가 실패로 돌아갔었다.

앞으로 SK그룹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M&A로 꼽히는 하이닉스 인수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M&A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2012년 3월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3조3747억원에 인수해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성장시켰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망 기술을 갖춘 해외 스타트업을 인수해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윤활기유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미국 또는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기업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4월 경영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윤활기유사업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이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에서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사업재편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관계사들의 자산을 합쳐 공동 사업에 나서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 제도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통해 건설, 해운, 유화 사업에 변동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이 올해 3월 등기이사 복귀 후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책임경영과 위기의식을 명분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