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요람에서 무덤까지' 독일 촘촘한 사회안전망 핵심 민·관 협력
2016-11-09 16:08
4.해외 선진사례에서 배운다… 하겐시, 다채로운 주체 복지서비스 제공
하겐시(독일)·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독일에서는 1989년 11월 9일 동서를 가르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그 다음해 10월 3일 하나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7년 전이다. EU(유럽연합)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복지체계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철과 피의 재상으로 불리는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근대적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했고, 1960년대 이미 국민의 30만명 가량이 사회복무요원으로 등록됐다.
지난달 12일 찾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하겐(Hagen)시. 주민 약 19만명 가운데 이민자가 35% 가량을 차지한다. 노령인구가 증가 추세인 반면에 아이 울음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부채가 많은 가난한 도시로 아동, 청소년, 가족, 어르신, 장애인 등 사회복지사업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언뜻 보면 산적한 과제들로 도시미래 자체가 어둡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하겐 중앙역으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루터의 세탁방(Luthers Waschsalon)'. 이곳은 디아코니 법인 소속의 노숙자 보호시설이다. 법인 측은 '세탁방'이 옷을 빤다는 사전적인 의미가 아닌, 육체정신의 정화를 일컫는다고 소개한다. 1997년 만들어져 정해진 거주지가 없는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2000년 의사진료가 보태진 후 1주일에 두 차례 직접 찾아와 아픈 이들을 돌봐준다.
이날도 십여 명의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미 빨래를 마친 옷가들지만 챙기는 게 아니라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향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꾸리기 위한 적응력 향상에 힘썼다. 상당수 초기 치유를 마친 상태라는 게 금세 파악된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터라 차후 영화를 관람하거나 요리, 바비큐 파티 등 집단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일상으로 복귀를 돕는다.
독일의 복지시스템은 바로 이 민관의 협업이 핵심이다. 정부로 대표되는 공공이 재원을 투입하고, 현장에서 실무를 맡은 사회적기업들이 의료를 포함한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서 기독교와 가톨릭의 양대 복지재단이 비영리기관으로 전면에 나서 불신을 아예 없앴다. 무상보육이나 급식 등 잇따른 무상복지 정책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곳간에서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금수저와 은수저, 흑수저를 논하며 그야말로 볕들 날 없는 팍팍한 삶 속에서 출신성분을 탓하고 있는 암울한 우리사회가 배울 점이다. 독일 국민들은 살면서 돈 걱정이 별로 없다고들 한다. 전반적으로 세율이 높지만 부모 수입과 관계 없이 '교재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학생들은 등교에 필요한 교통비를 정부로부터 받고, 심지어 교과서도 무상으로 빌려본다.
과거 하겐시의 민관협치 사례를 소개하려 한국을 수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라인하르트 골드바흐(Reinhard Goldbach) 사회부문 국장은 "지방정부와 크고 작은 그룹의 복지기관 등 다채로운 주체들을 통해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특성으로 각기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체들은 시민 참여를 증진시키면서도 정부와 비교해 더욱 유연한 업무 대처로 고객들이 더욱 신뢰한다"고 말한다. 이어 "결과적으로 사회복무라는 일은 NGO와 정부 사이 우호적인 협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