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로 드러난 ‘거짓말 공화국’ 민낯

2016-10-27 16:27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주진 기자 =현 정권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씨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유출과 수정에 대해선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국정 개입, 인사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는 “이 일로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 박 대통령에게 머리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괴롭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청와대 문건은 이메일로 받아봤지만, 전달자가 정호성 비서관이냐는 질문에는 “청와대 들어간 뒤로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씨가 밝힌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은 거짓말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문에 말을 맞춘 것처럼 들어맞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극적으로 이뤄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까지도 국민을 눈속임하려는 ‘막장쇼’ 아니냐는 비난을 듣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 감사에서도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들도 최씨와 마찬가지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허탈과 실망을 넘어 분노로 들끓고 있는 국민들에게 ‘거짓말 공화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의미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최순실게이트’를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라고 일축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자금 유용’이라는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정확히 22개월 전 정윤회씨 비선실세 파문 논란 때도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모든 사태를 '찌라시 소동'으로 정리해버렸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대체 무슨 관계인지 뚜렷하게 밝혀져야 하며, 최씨가 국정에 개입한 근거가 더 있는지도 밝혀져야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의혹이 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최씨의 자금 및 관계 회사들에 대한 의혹,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실체 등에 있어서도 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피해가기는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시민사회와 대학가 시국선언이 잇따르면서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 재벌 회장을 불러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면서 ‘협조해달라. 전화가 갈 것’이라고 했다는 생생한 증언이 있다”면서 “현행법상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어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제기된 의혹이) 만일 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부당행위를 넘어 범죄행위이고 그 책임은 종국적으로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