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서민가계…보험·재형저축·ISA 다 깬다

2016-10-27 17:30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팍팍해진 가계 살림 탓에 일반 예·적금에 비해 가입 기간이 긴 수신 상품의 중도 해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계 재산 형성 증대를 위해 출시한 재형저축을 비롯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7개 은행의 재형저축 계좌 수는 지난달 말 현재 144만8844좌를 기록했다.

이는 재형저축 판매가 종료된 지난해 12월 말 당시 158만7193좌 대비 8.72%(13만8349좌) 줄어든 규모다. 특히 우리은행에서만 4만2387좌가 줄었으며 국민·신한은행에서는 2만6000좌 이상이 줄었다. 기타 은행에서는 1만좌 이상이 빠져나갔다.

재형저축은 2013년 3월 출시 당시 가입자 수가 3개월간 급증해 183만865좌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1년 만인 지난해 3월 156만223좌까지 줄었다. 판매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6월부터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12월 판매 종료 당시 188만9927좌를 기록했다.

일반 예·적금이 연 1~2%대인 점을 감안하면 재형저축은 이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판매가 종료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10만좌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수신 상품의 경우 판매 종료 후 중도 해지 계좌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재형저축의 경우 아직 만기가 다가온 계좌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야심차게 선보인 정책 상품인 ISA 역시 가입자 이탈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ISA 계좌 수는 지난 7월 말 현재 총 222만6000좌로 이 가운데 7만5000좌가 해지됐다. 출시 1개월 후인 4월에만 1만1000좌가 해지된 데 이어 이후부터 매월 2만2000~2만3000좌가 빠져나갔다.

해지 금액 역시 3월 30억원, 4월 97억원에 이어 5월과 6월 각각 153억원, 319억원으로 늘었다. 7월에는 418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및 비과세 등 혜택이 많은 상품들의 경우, 긴 의무 가입 기간으로 인해 해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질수록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을 해지하는 사례와 유사한 셈이다.

실제 경기 불황으로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41개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올 상반기까지 총 14조73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7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경기가 어려울수록 비교적 가입 기간이 긴 상품을 해지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재형저축과 ISA 역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기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 상품과 같은 성격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