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략적’ 안철수 ‘崔·禹 덮기’ 김무성 ‘지금 적기’…개헌 셈법 동상이몽

2016-10-24 17:15
박근혜 대통령 ‘깜짝 승부수’에 문재인·안철수 부정적…대권 구도 변화 불가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른바 청와대발(發) 개헌 승부수로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87년 체제 종식을 위한 헌법 개정 제안은 물론, 향후 개헌 일정을 주도할 방침을 정하면서 차기 대선 주자들도 ‘개헌 수용이냐, 거부냐’의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됐다. 개헌 블랙홀이 대선 정국까지 덮친 셈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에 근접한 야권 주자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 승부수를 ‘국면전환용’으로 평가 절하하는 상황에서 여권 대권 잠룡의 이해관계도 제각각, 제7공화국 헌법 개정까지는 험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헌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제7공화국 체제는 차기 대선의 핵심 변수로 격상할 것으로 보인다.

◆ 판 흔들기 우려한 文·安, 개헌 ‘시기상조’

여야에 따르면 차기 대권 주자들의 개헌(박근혜 정부 4년차 후반기 기준)은 크게 △‘반대파’ △‘제한적 개헌파’ △‘찬성파’ 등으로 나뉜다.

반대파의 대표적인 인사는 대선 삼각 축의 핵심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다. 문 전 대표 등도 2012년 대선 당시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반대보다는 ‘시기상조론’에 가깝다.

개헌이 1997년 대선 당시 ‘내각제’를 고리로 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권력 판 흔들기를 위한 카드라는 감안하면, 대권 급행열차에 근접한 이들이 개헌에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긴 어렵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북50플러스 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갑자기 개헌을 말씀하시니, 이제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건지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는 ‘선(先) 선거구제’ 개편을 촉구하며 개헌 시기상조론에 가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 의혹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개헌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1987년 이후 소선거구제에 따른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승자독식 체제를 타파할 수 없다는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국회 의사당. 이른바 청와대발(發) 개헌 승부수로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87년 체제 종식을 위한 헌법 개정 제안은 물론, 향후 개헌 일정을 주도할 방침을 정하면서 차기 대선 주자들도 ‘개헌 수용이냐, 거부냐’의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됐다. 개헌 블랙홀이 대선 정국까지 덮친 셈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 무대 ‘가장 기쁜 날’…親朴·潘 권력분점 화약고

반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대권 잠룡들은 개헌 ‘찬성파’ 내지 ‘제한적 개헌파’다.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오른 지 약 3개월 만에 상하이발 개헌 태풍을 몰고 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으로, 적극 환영한다”며 “이 정권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을 원한다. 이는 대통령은 외치, 국무총리는 내치를 맡은 제도다.

눈여겨볼 대목은 개헌 논의에 군불을 땔 때마다 여권 실세인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 ‘이원집정부제’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4년 중임제나 내각제 등 방향은 상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제7공화국 논의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대통령을 세우고 친박 실세가 총리를 담당하는 권력분점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정권연장용 개헌’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환영하면서도 “수도이전 등 국가적 어젠다를 폭넓게 논의하자”고 밝혔다. 남 지사는 ‘협치형 대통령제’다. 최근 개헌 관련 책을 출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년 중임제론자다.

‘제한적 개헌파’에는 지지율 낮은 야권 주자와 여권 내 비주류 주자들이 분포돼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김부겸 민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통령 주도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4년 중임제’, 김 의원과 안 지사는 ‘분권형’을 각각 선호한다. 개헌론을 고리로 정계복귀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차기 정권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