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의미
2016-09-18 15:34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임원에 선임된다. 다음 달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면 이 부회장은 그날부터 등기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 선임된 것은 1991년 입사 이래로 두 번째다.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상무로 재직하던 2004년부터 2007년 1월 기간 동안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합작해 설립한 액정화면(LCD) 패널 제조업체 에스엘시디(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에스엘시디는 일본 샤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과 LCD 패널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당시 삼성이 주도권을 갖게 된 신의 한수였다. 양사의 협업은 경쟁사와의 맞손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소니 경영진 모두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였기에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지만, 삼성그룹이 결정한 데에는 이 부회장의 의견이 반영됐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기간 동안 자신의 말 대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계단을 착실히 걸어왔다. 이번 등기이사 선임은 CEO가 갖춰야 할 최선의 자질, 즉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회장 선임 또는 CEO 선임 등 직책, 직함의 변경은 사실상 그에게 의미가 없다. 이미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간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측도 이런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할아버지 호암(湖巖) 이병철 창업주,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개인의 카리스마를 앞세운 겉으로 드러내는 리더십을 발휘한 데 비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수많은 전문경영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조용한 리더십을 추구했다. “해라”, “해봐”의 지시형 리더십이 아닌 “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권유형 리더십의 차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 계열사의 조직 문화를 톱-다운이 아닌 ‘바텀-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결정은 그가 추구해왔던 책임지는 경영을 책임있는 자리를 맡아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으로서도 2008년 이후 8년 만에 오너 일가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전면에 나서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와병 직후부터 강력한 사업구조 개편을 앞두고 삼성전자는 사업구조 개편을 재개했다. 지금까지의 구조개편 작업에서 이 부회장은 후선에서 전체 그림을 그려왔으나 앞으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된다.
당장 삼성전자는 핵심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지분을 잇달아 매각했으며,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미국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확보한 자금은 2조원대다.
예상치 못했던 갤럭시 노트7 문제가 발목을 잡곤 있지만, 이번 사태가 이 부회장의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발 빠른 대처로 갤럭시 노트7 사태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대신 전 임직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단합이라는 무형의 큰 성과를 올렸다.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세요. 내 PS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부끄럽습니다”라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직원의 글은 아마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의 가슴에 큰 울림이 되었다. 직원들의 글은 이 부회장을 책임감을 불러 일으켜 등기이사 선임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회사는 위기지만, 이를 이겨내겠다는 분위기에서 전면에 등장하는 이 부회장이 어떤 책임경영으로 삼성을 변화시키는 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