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모두가 '나가수'의 후예들, 지금 TV는 '전국노래자랑'중
2016-06-13 07:01
조성모를 벤치마킹해 가수 최진영은 '영원'을 내면서 비둘기 100마리를 방송때 날렸다. 못지않은 장엄 발라드였고 예명도 마침 '스카이'라 비둘기를 쓰기로 했다.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노래가 나올때 비둘기를 날렸는데, 예상못한 재앙이 닥쳤다. 400석 실내공간에 비둘기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통로고 좌석이고 온통 새하얀 비둘기 똥으로 뒤뎦였다. 소속사 대표는 청소용역 배상을 해야했고, 한동안 출입금지 당했다. 그는 김정민 김희선을 키운 강민 반뎀타이거 대표다.
故 최진영은 볼 수 없지만 조성모가 지난달 TV에 모습을 보였다. SBS 음악예능 '판타스틱 듀오'(판듀)에 선배 이선희와 함께 출연했다. 오랜만에 조성모의 성모마리아 팬들은 얼마나 반가웠으랴. 판듀에는 이후 변진섭 신승훈 김범수 김수희 등 가창가수들이 출연했다. 같은 시간 MBC에서는 '복면가왕'이 방송된다. 복면만 쓰고 나왔지 여기에도 김종서 권인하 테이 자두 조장혁 김형중 등 실력파 가수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 2000년대 초 보고싶은 가수들이 TV 여기저기에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양파 바다 홍서범 호란까지 나왔다. 무대는 정통음악 프로가 아닌 '음악예능'이란 신개념 프로로 가히 우후죽순이다. '복면'과 '판듀' 외에 '불후의 명곡' '음악의 신' '듀엣가요제' '슈가맨' '신의 목소리', 그리고 래퍼 서바이벌이라는 '쇼 미 더 머니'까지. 처음 노래 잘하는 추억의 옛가수들을 보여주는 게 반가웠지만 점점 다 비슷해져갔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할 것 없이 일반인을 섞고 안섞고, 듀엣을 하고 안하고, 또 벙거지를 쓰고 벗고의 차이일 뿐 그만그만하다.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 노래 잘한다. 전국 아차산에서 오고 삼천포에서 오고 또 왕십리에서 나오고… 일반인이 레전드가수에 기 안죽고 잘 부른다. 객석의 리액션도 상당하다. 김구라는 찬사 쏟아내고, 박명수는 입 벌리고, 유영석은 고개 끄덕이고, 이윤석은 기립 박수를 친다. 초대가수에 개그맨 작곡가 패널판정단이 나오고 방청객이 배경에 깔리는 포맷도 똑같다. 시청자는 질려 식상해져 간다.
최초는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였다. 자신만만한 제목처럼 "노래 잘하는게 진짜 가수다"라는 당연한 진리를 일깨워줬고, 또 아이돌과 걸그룹이 독점한 음악프로를 왕년의 가창가수에게 자리 만들어준 공로가 컸다. 그러다 KBS '불후의 명곡'이 만들어졌고 처음 점잖던 음악프로가 '음악예능'이란 장르를 달고 여기저기 생겨났다. 점점 짝 짓기 시작하더니, 1라운드 2회전 하며 승패를 가르는 서바이벌 경연프로로 번져갔다.
대중문화 평론가는 평면적 가요프로에서 예능PD 작가들이 드라마처럼 '스토리라인'을 집어넣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시청률과 재미를 위해서라는데 그게 경연과 짝짓기다. 동종 음악예능의 포화현상을 두고 방송평론가는 "그얼굴에 그얼굴이기도 하지만 반짝 1회용이 많다. 이러다 공멸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선희는 우승해서 '판듀'에서 한달이나 갔고, 급이 있는 박정현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수는 '1회용'이고 '휘발성'이라는 것이다.
제작진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시청자 보기에 그게 그거인 베끼기 음악예능. 이럴때 16년전 조성모를 벤치마킹한 최진영의 비둘기는 얼마나 도발적이고 신선한가.
지금 TV는 '전국노래자랑' 중이다. 모두가 '나가수'의 후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