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부족한 경제수장들…정부 ‘구조조정 칼잡이’가 없다

2016-09-05 14:35
한진해운 사태 매끄럽지 못한 처방전에 “구조조정 제대로 할까”
기재부, 의지만 앞세운 정책…처방전 제시할 인물 부재에 신음

정부가 한진해운에 대한 대책을 뒤늦게 내놓으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자질론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진해운 사태가 시장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불러오자, 정부의 늑장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제2, 제3 한진해운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경제수장들이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일이 터지자 우왕좌왕하며 처방전을 제때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 구조조정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1일 이후 정부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응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비상대응반을 가동했지만,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해지자 정부 합동 전담반(TF)으로 규모를 키우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를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번에도 뒷북 대응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법개정안, 경제정책방향, 추가경정예산 등 올해 나온 정책들 모두 ‘단기처방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현재 기재부에 현장 경험이 많은 인물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장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이 낙제점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다. 유 부총리가 구조조정 경험이 없는데다, 정책만 쏟아내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친 1997년 당시 유 부총리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었다. 정치권에서 실질적인 구조조정 해법을 제시하는 직책과 거리가 멀었다.

최상목 1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다만 경제성장률 하락과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정책 수립에서 현장감이 부족한 부분을 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거시경제를 잘 아는 인물을 중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 정부 내부에는 큰 수술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 한국경제에 자신있게 메스를 댈 만한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수장들이 현장 경험이 없다보니 정책만 남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부분을 청와대에서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사건이 터진 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경제 체질개선이 본격화될 경우 현장 경험자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