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사태 얼마나 됐다고"… 금융권 낙하산 논란 시끌

2016-09-05 06:55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권이 낙하산 논란으로 시끄럽다. 박근혜 정부 임기 말로 들어서면서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관피아(관료 마피아)'들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민간 금융협회 고위직에는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선임되거나 내정된 상태다.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사회의 적폐를 없애기 위해 낙하산 철폐 원칙을 세웠지만 결국 2년 만에 허언으로 끝난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관 고위직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낙하산들의 가장 뜨거운 착륙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리가 국민은행장이다. 현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 은행장을 계속 겸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회장과 은행장의 분리 가능성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민은행장에 주택은행 출신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KB금융지주 입장에서 현 정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설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2014년 관료 출신인 지주사 회장과 외부 출신 은행장이 갈등으로 내분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KB사태를 빠르게 수습했지만 차기 은행장에 새로운 낙하산이 내려올 경우 과거와 같은 일을 다시 겪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KB금융지주는 지난 4월 국민은행 감사에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을 치른 바 있다.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나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후임으로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조준희 전 행장에 이어 권선주 행장이 선임되는 등 내부 출신이 연이어 은행장을 맡아 왔지만, 다시 외부 출신 낙하산이 내려올 가능성이 보이자 내부적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증권금융,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보협회 등 유관기관을 시작으로 현정권의 낙하산 떨구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한국증권금융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동문인 서강대 출신으로 2004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후 10여년간 연설문을 전담했다.

또 송재근 전 금융위 감사담당관은 지난달 초 생명보험협회 전무로 선임됐다. 이은태 금감원 전 부원장보도 지난달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이외에 20개월째 공석인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는 서경환 금감원 전 분쟁조정국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전무도 홍재문 전 금융위 국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홍기택 전 산은 회장 사태로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가 확인됐음에도 현정권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낙하산 관행을 철폐하겠다고 못을 박았지만 임기 말이 되자마자 태도가 돌변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임원 자격 요건에 전문성이나 경력 요건을 추가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