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0년간 노조쟁의 없어, 글로벌 기업 노사 관계 벤치마크

2016-08-28 17:08
LS전선 베트남 사업장 현장을 가자(4)

LS전선 자회사인 베트남 LS-VINA 사업장에서 현지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사진=LS전선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04년 10월, LS-VINA는 ‘제10차 아시아태평양품질경영대회’에서 제조업 부문 ‘최우수기업상(Best Of His Class)’을 수상했다.

아시아태평양품질경영대회는 아태 품질상위원회가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12개국에서 각기 품질기관의 추천을 받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의 품질 및 경영 실적을 평가해 주는 상이다.

LG-VINA는 이번 수상으로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인정받은 것은 물론 제품 품질도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그동안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뒤 얻은 영광이라 더욱 값졌다.

현지 사정을 잘 간파하지 못한 채 뛰어든 베트남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는 오히려 약이 됐다. 베트남 직원 스스로의 손으로 일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한국에서 건너간 주재원들은 이들에게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깊은 신뢰를 쌓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한 것이 생산성을 높인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베트남 직원들을 교육시켜 일을 맡겼다. 지시나 평가도 한국인이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LG-VINA는 이들 외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장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십 수 년간을 자기 회사처럼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심지어 의사, 교사와 같은 선망받는 직업을 버리고 온 직원들도 많다고 한다. 사회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초기에는 성과보상제를 도입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것이다.

LS전선은 베트남 직원들의 애사심의 바탕에는 우리 주재원들이 보여준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십 수년간 이들과 함께 한 홍성수 공장장은 베트남 직원들에게는 멘토와 같은 존재로 존경을 받았다. 홍 공장장은 베트남 직원들을 끊임없이 트레이닝 시켜 품질 능력을 확보하였다. 이제 공장의 설비가 고장나면 직원들이 직접 고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또 베트남 직원들과 같이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설비를 옮기는가 하면 한국의 회식 문화 등을 통해 동료애를 몸소 보여주었다. 홍 공장장은 1998~2014년까지 17년간 LS-VINA 근무했으며, 2009년 정년퇴직 후 5년간 계약직으로 일했다.

LS-VINA는 직원간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과 2012년 전사원 교육을 실시했으며, 배구를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 매년 배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농촌학교 PC 지원, 의료봉사지원, 고엽제 피해자를 위한 봉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이런 사회공헌활동들은 동시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을 높이는데도 기여했다.

이러한 LS-VINA의 노력은 인건비 등 비용절감 효과 때문에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다른 기업들과 대조된다. 현지 공장을 단순 생산기지로 여긴 기업들은 노동쟁의가 발생하거나 임금이 올라가 비용이 높아지면 철수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또한 이런 위험 때문에 쉽게 확장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LS-VINA는 모범적인 노사관계의 확립으로 하이퐁시 정부가 기업들과 노무관리에 대해 협의할 때 대표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LS-VINA에는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가 왔다. 아시아 시장과 베트남 시장이 급성장 하며 베트남 정부가 전력발전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력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조짐이 보였다. LS-VINA는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수립, 2010년까지 시장지배력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단계적인 사업확장 투자를 실시했다. 중전압(MV)과 저전압(LV) 케이블 공장을 신축하고 최적의 작업 조건을 재설정 하는 외에 고전압(HV) 케이블 시장 진입을 위한 투자도 진행하였다.

적기의 투자와 시장의 성장이 맞물려 LS-VINA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 하였다. 매출은 2005년 5400만 달러에서 2006년 1억 달러, 2007년 1억4000만 달러, 2010년 2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006년 5% 대에서 2008년에는 10%를 훌쩍 넘어섰다. 또한 2010년 알루미늄봉 현수식 연속 압출시스템(AL-Rod CCV Line)의 설치로 AL-Rod의 수급이 안정화됨으로써 재고 감축, 납기 확보, 외주 가공비 감소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LS-VINA는 베트남 기업사에서 또 하나의 혁신 사례를 남겼다. 2008년 전사적자원관리(ERP)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ERP의 도입으로 제품별 손익에 대한 분석 및 정확한 관리지표들을 정비했으며, 2009년에는 경영성과와 연계할 수 있는 분석 툴인 비즈니스웨어(BW)를 구축했다. 이는 베트남에서 ERP가 도입된 거의 첫 사례였다.

LS-VINA는 2008년 본사의 교차판매 확대 전략에 따라 해외 영업담당을 주재원으로 파견했다. 국제 사회에서 베트남의 낮은 국가 신뢰도로 인해 베트남 직원들은 해외 출장용 비자 발급이 어려웠고, 해외 고객사와 회의를 주선하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초고압사업팀을 조직, 기존 본사 제품을 단품으로 판매하던 것에서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까지 수행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역할을 상향조정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10~20%에 머물던 베트남 법인의 해외 수출 비중은 이후 연 40% 이상으로 확대되는 결실로 나타났다.

현재 LS-VINA의 수출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등 동남아 주변국은 물론 아프리카와 남미에까지 이르고 있다. LS-VINA는 베트남의 주요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베트남 정부로부터 수출유공자상과 노동훈장을 받았다.

LS-VINA는 2005년 3등급 노동훈장을, 2011년에는 2등급 노동훈장을 수훈했다. 특히 노동훈장은 베트남 직원들과 LS전선의 끈끈한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명노현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는 “노동훈장은 매년 지역 위원회에서 각 기업의 노사관계, 경영실적, 환경 안전 등 5개 부문을 평가한 뒤 우수기업을 정부에 제안해 수훈 하는 것으로 LS-VINA는 두 번 수훈했다”면서 “초기 위기 이래로 LS-VINA와 LSCV는 매년 노사 합의를 통해 회사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 있다. 덕분에 두 회사는 한 번도 노동쟁의가 일어난 적이 없다. 베트남 진출을 추진중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LS전선의 사례를 벤치마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만 성장하는 것이 아닌 직원들은 물론 지역사회, 베트남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펼치고 있다. 매년 베트남에 초등학교를 2개씩 짓고 있으며, 법인세도 많이 내고, 베트남의 우수 인재도 교육시키는 등 베트남 정부와 좋은 관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이후 LS-VINA는 MV와 HV 제품 중심의 육성 및 판매 확대로 베트남 전력시장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기존의 단품 판매 사업을 넘어서 본사와의 교차판매 전략과 HV 판매 중심으로 시장과 사업영역을 확대하여 나가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원가절감 운동과 더불어 운전자산 감축, 현장 혁신활동으로 수익향상은 물론 캐쉬 플로우(Cash Flow)의 증가와 스크랩률, 제품/설비에 대한 불량률 등을 개선시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