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故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남긴 메시지

2016-05-10 16:00

[산업부 한아람 기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욕심 부리지 말고 순리에 따라라.”

지난 7일 향년 93세 일기로 별세한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은 과거 LG그룹 계열분리 당시 자녀들을 모아놓고 이같이 당부했다.

생전 재물에 대한 소유욕보다 친족 간 우애를 중시한 그의 성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말이다.

LG그룹 창업 1세대 6형제 사이에 ‘진흙탕’ 싸움이 아닌, 잡음 없는 ‘사촌경영’ 체제가 확립된 것도 이 덕분이다.

구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재벌가 1세대였지만 생전 소탈하고 검소했던 생활로도 유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만냥 클럽’이다. 구 명예회장이 만든 삼만냥 클럽은 일인당 식비 3만원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친족들과 식사를 하며 우애를 다지는 모임이다.

구 명예회장의 성품은 그의 장례절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유족들은 대부분의 대기업 명예회장의 장례절차에서 빠지지 않는 영결식을 생략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가족끼리 소박하게 보내드리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구 명예회장이 몸담았던 LS전선 측에서 미리 영결식에 쓸 추모 영상까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족들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LS그룹 관계자는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LG창업 1세대 형제분들 역시 영결식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가족끼리 조용하게 마지막을 보내드리고 싶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같은 구 명예회장의 가족애와 검소함은 현재 재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K그룹, L그룹 등 일부 대기업들은 현재까지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한결 같았던 구 명예회장. 그의 가르침이 부모.형제 간 서로 칼날을 겨누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뼈아픈 귀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