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샌더스·미셸 "우리는 클린턴 편이다"

2016-07-26 15:03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찬조연설을 위해 연단에 서서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11월 미국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항해가 시작됐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나흘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 첫날부터 뜨거웠다. 특히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까지 거물들이 등장해 '통합'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열리는 주변에서는 여전히 클리턴에 반대하는 샌더스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혼돈은 계속됐다. 

◆ 샌더스 "반드시 클린턴이 대통령 돼야" 

CNN은 "전당대회 첫날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샌더스가 열정적으로 클린턴을 향한 지지를 표명한 순간이었다"고 이날 평가했다. 

전당대회의 마지막 연사로 나선 버니 샌더스의 등장은 극적이었다. 샌더스가 무대에 오른 순간 관중석은 버니 샌더스의 이름이 적힌 하늘색 손피켓으로 뒤덮였다.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버니, 버니, 버니"라고 연호하면서 그의 등장에 환호해 전당대회장은 순간 샌더스의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연단에 선 버니 샌더스는 30여분간 연설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노동자, 아이들, 병자들, 노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우리를 통합하고,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라틴계 이민자들과 무슬림, 여성, 흑인 등 약자를 모욕하는 리더십은 필요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샌더스 상원의원은 "객관적인 관찰자라면, 클린턴의 사고와 리더십에 근거해, 클린턴이 반드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결론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이름을 15차례나 언급하면서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알려진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편파적인 경선운영으로 분노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 달래기에도 나섰다. 

샌더스는 " 많은 이들이 경선과정과 결과에 실망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마 나보다 더 실망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관중석에 있던 샌더스의 지지자들 상당수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모든 내 지지자들은 우리가 성취한 역사적 성과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을 바꾸기위한 정치적 혁명을 시작했으며, 우리의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클린턴이나 트럼프 등 미디어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관한 것이 아니며, 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관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샌더스 의원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일자리를 죽이는 무역협정이라며 의회 비준 반대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 미셸 오바마의 '빛나는 연설'    

버니 샌더스를 제외하고 이날 연단에 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였다. 그는 8년 전에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서 자신의 남편인 버락 오바마를 위한 찬조연설을 했으며, 강력한 메시지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주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미셸 오바마의 연설을 표절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미셸 오바마의 연설도 극찬을 받았다. 미국 영화배우인 미아 패로는 미셸 오바마의 연설이 끝난 뒤 "왜 모두 미셸의 연설을 표절하는 지 알겠다"고 트위터에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연설에서 아동과 여성들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미셸은 "이번 11월의 결정은 다음 8년간 누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쥐고 흔드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오직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을 믿는다"라며 지지를 표했다.

또 힐러리 클린턴이 첫번째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는 "나는 매일 아침 노예들이 지은 백악관에 일어난다"면서 "두명의 아름답고 똑똑한 흑인 여성들이 백악관에서 개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역사적 의의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든 힐러리 클린턴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와 미셸 오바마가 나서서 '통합'을 부르짖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둘러싼 분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날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은 시위를 계속했고, 일부는 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전당대회 장에서도 긴장은 계속됐다. '힐러리'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야유를 퍼붓고,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면서 "샌더스"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