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금융공기업 CEO 인사 '제2의 홍기택' 철저히 걸러야

2016-07-13 18:00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적임자까지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이는 지난 2013년 취임하고 나서 처음으로 맞은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한 발언이다.

그 후로 3년이 지난 현재 홍 전 회장이 당시 국감에서 내비쳤던 자신감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얼마나 비극적인 참사를 초래할 수 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산업은행 최고경영자(CEO)로서 국책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켰고,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실패해 국가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

여기에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하고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면서 자신이 '바지사장'이었다는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끝내 정부가 공들여 차지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날리며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까지 시켰다.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금융 공공기관 CEO들의 임기가 잇따라 마무리된다.

우선 오는 9월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어 11월에는 홍영만 캠코 사장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물러날 예정이다. 내년에도 1월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3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금융 공공기관 CEO 선임이 이 정부에서 하는 마지막 대규모 인사이니 만큼 챙겨줘야 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마침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도 끝났고 앞으로 정부 부처 개각도 있을 것으로 보여 낙하산 후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현직 경제 관료들과 해당 기관 출신 임직원, 정치권 인사들이 줄을 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은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 '홍기택 사태'가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제2의 홍기택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무능한 낙하산 인사는 철저히 걸러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