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올드보이'는 휴식도 없이 '낙하산'…노욕? 경륜?
2024-12-03 17:00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복귀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토스 연구소 대표로 이동
금융당국 내 영향력 행사…'관피아 통로'에 공정성 실종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토스 연구소 대표로 이동
금융당국 내 영향력 행사…'관피아 통로'에 공정성 실종
굵직한 '금융당국 올드보이'들이 공백기 없이 금융권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퇴직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복귀를 알리거나 이례적으로 핀테크 업체로 재취업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보다. 올드보이의 귀환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2~3년 휴식기를 가졌다면 최근에는 민관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챙겨주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합류했다. 7월 말 퇴임식을 진행한 지 100여일 만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991년 설립된 민간 연구기관으로, 정부의 금융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초빙 연구위원은 금융권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연구 과제를 정하는 작업을 자문하는 특임연구실 소속이다. 이 자리는 은성수·임종룡·신제윤·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거쳐간 곳으로 대표적인 '관피아 통로'가 됐다.
업계에서는 손 전 이사장의 취업을 두고 기존의 제도권 금융사가 아닌 신사업으로의 도전을 높게 평가하는 한편, 현재의 공직자 취업 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토스인사이트는 올 9월 생긴 신규 법인으로, 올해 매출액이 없어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이 아니고, 손 전 이사장도 취업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토스가 손 전 이사장을 계열사 대표로 영입한 것을 두고는 미국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작업과 함께 금융당국의 규제를 우회적으로 풀어내려는 대안으로 보고 있다.
후배들이 아직 금융당국 곳곳에 배치돼 있는 만큼 정부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기대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이 전 수석부원장은 행시 31회로 김병환 금융위원장(행시 37회)보다 6기 선배다.
한편 지난 7월 퇴임한 김용재 전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자리에 취업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불승인'을 통보받았다. 윤리위는 김 전 상임위원이 재직 시절 증권사 인가 및 제재에 관여한 점 등을 고려해 이해상충 문제를 짚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올드보이는 여전히 금융당국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복귀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지만 업무의 공정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자리 보전에만 급급하다 보니 최근과 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 현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