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함부로 애틋하게' 김우빈-배수지, 벌써 애틋하게

2016-07-08 08:59

[사진=KBS '함부로 애틋하게']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진부하고 뻔한 소재를 이렇게 풀어내다니. 김우빈, 배수지 조합은 옳았고, 또 애틋했다.

7일 오후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2회에서 과거 2006년 고등학생인 신준영(김우빈 분)과 노을(배수지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 것.

10년전 두 사람은 모두 불우한 환경에 자랐다. 신준영은 잘나가는 검사 최현준(유오성 분)의 혼외자로 태어났다. 신준영의 어머니 신영옥(진경 분)은 아버지 앞에 당당하게 내세우겠다는 일념 하에 검사가 되길 원했고, 신준영은 공부에 취미도 없고 머리가 나쁜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위해 공부하는 척을 한다. 30만원짜리 반 지하방에 살면서도 아들을 위해 150만원짜리 고액 과외를 시킬 정도로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의 병간호를 하다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린 뒤 호떡장사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가던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살던 노을은 가난하지만 행복했다. 거기에 발랄한 성격에 오지랖이 넓어 온갖 일에 참견했다. 특히 노을의 치구인 고나리가 신준영과 사귀다 그가 공부를 하겠다는 이유로 고나리와 헤어졌고, 친구 고나리는 식음을 전폐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을은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나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신준영과 노을의 악연 아닌 악연의 시작이었다.

그러던 중 노을은 자신의 아버지가 국회의원 딸 윤정은(임주은 분)이 몰던 스포츠카에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노을은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친 스포츠카를 따라가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신 차의 번호판을 외우며 사고를 낸 피의자를 확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딸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안 국회의원이 최현준 검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사건을 덮어버렸다. 노을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뒤 최현준 검사를 찾아가 사고에 대해 다시 조사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최 검사를 찾아갔던 곳에서 그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기다리던 신준영을 만난 노을은 자신의 친구인 나리와 매정하게 헤어진 그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리 만무했다. 이 때문에 티격태격 한 뒤 자리를 떠나는 노을의 뒤를 따른 신준영은 그와 함께 같은 버스에 올랐고, 그런 노을에게 “네가 날 꼬셔봐라. 너한테 미쳐서 공부도 못하게, 검사 같은거 꿈도 못 꾸게. 네가 날 못 꼬시면 내가 널 꼬신다”고 말하며 노을을 도발했다.
 

[사진=KBS '함부로 애틋하게']


노을은 신준영의 말을 무시했지만, 신준영은 노을의 학교에 찾아가 커다란 곰인형을 품에 안기며 사귄지 100일 됐다며 거짓말을 한다. 때마침 하교하던 고나리는 노을과 신준영의 사이를 오해하고 쓰러졌고, 노을은 학교에서 배신자가 됐다.

이후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간 노을은 신준영의 만행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며 빨리 일어나서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그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숨진 아버지는 생전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병간호로 졌던 사채 빚이 노을에게 이어졌고, 장례식장까지 찾아온 사채업자들을 견디지 못하고 제대로된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동생과 함께 야반도주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신준영은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앞서 자신의 거짓말로 노을이 힘든 상황에 빠진 것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리고 사라진 노을을 찾아다녔지만 쉬이 연락이 닿지 않았고, 꽤나 긴 시간이 지난 뒤 노을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2016년, 드라마는 1회 엔딩 장면으로 돌아왔다. 노을은 “너 나 몰라?”라고 외치는 신준영에게 “알아. 개자식아. 알면? 안다고 하면 다큐 찍어줄거야? 안다고 하면 더 싸가지 없고 못괴데 굴거잖아. 옛날처럼”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노을은 몇 걸음 걷지 못한 뒤 쓰러졌고, 이 모습을 보던 신준영은 “저 아이는 (노)을이 일이 없다. (노)을이여서는 안된다. 저 아이는 절대로 나의 을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뛰어갔다.

김우빈의 “나의 을이어서는 안된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극은 시청자들에게 여러 가지 궁금증을 던진 채 끝났다. 1회 마지막 노을의 대사는 과거의 악연에서 비롯된 것임이 2회에 드러났다. 그리고 다수의 드라마에서 그랬든,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통속적인 소재도 쏟아냈다.

자칫 진부하고 뻔할 수 있는 소재였지만, 이상하게 짠하고 애틋한 장면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였다. 로맨틱 코미디일것이라 생각했던 ‘함부로 애틋하게’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통 멜로드라마였다.

사랑의 묵직한 깊이를 그려내왔던 이경희 작가스러운 이 드라마는 앞으로 남은 회차 동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것인지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아직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우빈과 배수지가 왜 틀어지게 됐는지, 3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함부로 애틋하게’. 2회만에 벌써부터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