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산천초목도 많이 아프다

2016-07-06 15:00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이사대우)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이사대우)


노인과 청년과 여성들만 아픈 게 아니다. 소위 말하는 취약계층만 취약한 게 아니다. 산천초목도 많이 아프다. 우리들의 못된 손버릇과 비양심 때문에 주변의 물과 바람과 나무와 새들이 멍들고 있다. 후손들에게 깨끗이 물려줘야 할 자연 환경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며칠 전 TV에서 ‘독도 새우’ 잡는 걸 본 적이 있다. ‘독도 새우’가 좋아하는 생선 조각을 투망에 넣어 독도 앞바다 수심 200m 언저리에 내려놓는다. 그 투망에 ‘독도 새우’ 대신 바다 쓰레기들이 잔뜩 걸려서 올라온다. 청정한 독도 앞바다가 그 지경이면 서해나 남해 바다는 말할 필요도 없다. 기름기가 많아서 쫄깃쫄깃하니 식감이 좋은 참가자미를 잡기 위해 쌍끌이 방식으로 어망을 던져놓고 시간이 돼 끌어올리니 참가자미는 몇 마리 보이지 않고 폐타이어, 폐어망, 프라스틱통들이 잔뜩 올라온다. 어선의 새 그물과 장비를 다 망가트릴 지경이다.

청평 부근의 골프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북한강변의 수상놀이시설 근처에서 잠시 쉰 적이 있다. 수상스키를 가르치는 코치처럼 보이는 사람이 바지선에서 양치질을 하면서 입안의 물을 한강에 그대로 뱉어버리고 있었다. 1000만 서울시민의 식수원이 그렇게 더렵혀지고 있었다.

얼마 전 TV에서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한강고수부지를 보여준 적이 있다. 특히 여름철에 연인들과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한강고수부지에 아침이면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치우느라 청소하시는 분들이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경포대나 해운대 같은 유명 해수욕장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밤새 취객들이 해수욕장에 버리고 간 소주병과 컵라면 용기들을 수거하느라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대한민국이 아직 일류국가로 올라서려면 한참 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친다. 독일은 어릴 적부터 공중도덕을 철저히 가르치고 실습시킨다. 공공질서를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어릴 적부터 깨닫고 체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친환경 친환경 말로는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행동은 환경을 망치고 있는 것일까? 아무 곳에나 거리낌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도 당당하다. 그 쓰레기가 본인이 맛있어 하는 생선회를 망치고, 산과 들의 먹거리를 망치고, 공기를 더럽히고, 새를 아프게 하고 있음을 왜 모르는 걸까? 플라스틱 쓰레기를 물고기들이 주워 먹고 새들이 쪼아 먹어서 병들고 있음을 왜 모르는 것인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가나다라, 1234, ABCD만 가르칠게 아니다. 본인이 버린 쓰레기가 산, 바다, 나무, 공기를 오염시키고 개와 고양이, 물고기와 새를 고통받게 한다는 점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동영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산으로 들로 나가서 쓰레기를 줍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살아 있는 시민교육이다.

시민의식과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나라는 일류국가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단언컨대 그렇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한국사회 진단도 비슷하다. '나는 시민인가'라는 책에서 그는 "우리나라가 개인과 가족, 국가와 국민은 발달했지만 공익과 공동체, 시민과 시민성은 발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익에 긴장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에 헌신하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시민의식과 사회적 자본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경제적 덩치가 조금 커졌다고 선진국 운운하고 있다. 택도 없다. 정신과 행동이 일류국민이 돼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경제 규모나 물건 만들기만 일류가 되어선 곤란하다. 이대로라면 중진국에 계속 머물면서 이류국가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