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경제민주화와 교통민주화
2016-07-04 00:00
방동원<청솔관세법인 고문·전북대 초빙교수>
사전에 경제민주화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돼있다.
경제민주화의 한 부분으로 교통민주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전에도 없고, 학문적 용어는 아니지만 ‘교통민주화’라는 말을 쓰고싶다. 어떻게 하면 교통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서울시내 지하철역 수를 조사해 보니 모두 311개였다. 인구 3만2000명당 하나꼴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학적 평균이 서울시의 지하철역 수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
지하철은 서민들의 발로 정확한 약속 시간을 지켜준다고 지하철공사에서 자주 광고하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서민들에게 아주 유익한 교통수단인데 어찌하여 같은 서울 안에서도 이처럼 큰 차이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예를 들면 인구수는 강남구와 관악구가 비슷한데도 지하철역 숫자에서는 30개와 4개로 큰 차이가 있었다. 금천구와의 차이는 더욱 컸는데 강남구에 비해 인구수는 절반정도인 금천구에는 1개의 지하철역밖에 없다.
지하철 노선을 건설할 때 해당 노선 주변의 거주 인구수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해당지역에 직장을 둔 이용자, 해당지역을 통과하는 이용자 숫자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자녀교육문제로 서초구에서 관악구에 이사한 후 강북 중심인 광화문에 있는 사무실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면서 든 의문이 ‘왜 지하철 이용시 걸리는 시간이 택시를 타고 갈 때보다 더 많이 소요되는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서울 서남권인 관악구와 금천구의 지하철역 수는 강남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특히 강북 중심으로 직진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하나도 없어 한참을 우회하여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공공재의 성격도 있어서 노선을 새로이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수를 정확히 예측하여 수익성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하겠다. 그러나 낙후된 지역에 지하철을 건설하는 것은 그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서울의 낙후 지역인 서남권의 관악·금천구에서 강북 도심으로 직행하는 지하철 노선 신설이 어려우면 적어도 먼 길을 우회하지 않고 바로 연결되는 노선이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기존 시설을 이용하여 건설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검토해볼 노선으로 노량진∼장승배기∼신림∼그리고 관악산 지하터널을 통해 금정역까지 이어지는 노선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히 지난 보궐선거 때 당시 집권당 대표가 이 지역을 방문, 자당 후보의 지원연설에서 ‘관악발전특별법’(가칭)을 제정해서 관악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교통본부장에 도시 교통 전문가가 취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외지역 주민을 위해 신설 노선을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또 향후 교통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에도 시민들의 교통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에서도 차별받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