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돈의 수명을 늘리자
2017-03-26 06:00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나의 수명에 돈의 수명을 맞추는 게 좋다. 수명보다 돈이 먼저 바닥 나면 노후파산을 한다. 그렇다고 돈의 수명에 나의 수명을 맞출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수명은 자꾸 길어지는데 조기퇴직과 저금리로 돈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돈의 수명을 늘려서 은퇴자금이 고갈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돈의 수명을 어떻게 늘려야 하는 걸까?
돈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에는 연금과 투자 두 방법이 있다. 우선, 종신연금은 종신토록 연금을 받기 때문에 나의 수명과 돈의 수명이 일치된다. 지금 종신연금을 1억원 가입하면 사망할 때까지 매월 30만원 이상 받는다. 오래 살면서 돈을 더 쓰는 위험은 보험사가 떠맡는다. 나의 수명이 아무리 길어져도 보험사가 망하지 않는 한 그 돈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사는 이러한 위험을 아무 대가 없이 떠맡지 않는다.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보험료를 받는다. 종신연금으로 매월 받는 금액이 투자자산에서 얻는 수익보다 낮은 이유다. 하지만 오래 살게 되면 종신연금으로 받는 총 금액이 투자자산으로 운용했을 때보다 더 많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종신연금으로 수익성을 높이려면 오래 살면 된다.
연금과 투자자산으로 노후를 대비하기로 했다 하더라도 이를 어떤 비중으로 가져가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연금이 나의 수명과 일치된다고 모두 연금에 투자할 수는 없다. 연금은 한번 개시되면 중도에 해지할 수 없으므로 유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또한 수비적인 자산이다 보니 수익성이 낮다. 그래서 연금은 자신이 노후에 최소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도의 돈이 나오게끔 가입하면 된다. 국민연금, 종신연금, 주택연금 등을 잘 활용해서 이 금액을 맞추는 게 좋다.
수익성이 높다고 투자자산으로 모두 채우는 것도 잘못이다. 수익에는 위험이라는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노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은 연금으로 마련하고 그 나머지를 투자자산으로 배분하는 게 좋다. 또한 60대 이상은 투자자산을 갖되 중위험·중수익이 좋다. 절대수익이나 해외채권처럼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직접 가지거나 주식, 채권을 섞어서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만들어도 된다. 여유자금으로 운용하는 돈이다 보니 투자자산의 가격이 좀 떨어져도 견딜 수 있다. 수익이 많아지면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덤으로 가진다고 보면 되고 수익이 나빠지면 조금 적게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수명이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 시기에, 돈의 수명도 이에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후의 자산구조를 연금과 투자로 다시 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