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역습' E-E-E-Electric Shock

2016-05-31 09:44

루나 '프리 섬바디' 커버[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이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풍의 음악이란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아이돌인 것 뿐, SM 풍의 음악이란 현 시대에서 가장 핫하게 소비되는 음악의 가장 세련된 버전이다.

31일 공개된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루나의 솔로앨범 '프리 섬바디'는 이런 의미에서 2016년 5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예쁜 EDM 음반 가운데 하나라 평할 수 있다.

앨범에는 타이틀 곡인 '프리 섬바디'를 비롯해 모두 6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 곡 '프리 섬바디'는 퓨쳐 하우스 사운드를 녹인 일렉트로닉 팝 댄스곡이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에프엑스의 네 번째 정규 앨범 '포월즈'와 이달 초 공개된 유명 DJ 및 프로듀서 리햅과 컬래버레이션 곡 '웨이브'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질만큼 EDM에 충실하다.
 

'프리 섬바디' MV 속 루나[사진='프리 섬바이' MV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1, 2대 가왕 자리에 오르며 이미 호소력 강한 목소리를 가졌음을 인증했음에도 루나는 그 점을 강조하는 대신 에프엑스로서 가진 음악색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 듯하다. 앨범에 수록된 자작곡 '예쁜 소녀'와 '마이 메디신'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무리 없이 녹아들며 SM과 에프엑스가 추구하는 음악이 루나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예쁜 소녀'는 퓨처 베이스 사운드와 6/8박자 왈츠 리듬이 인상적인 미니멀한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팝 곡이다. '따뜻한 우유', '씁쓸한 커피', '씁쓸한 우유', 꿀을 가득', '예쁜 소녀' 등 된소리를 반복해서 사용해 멜로디컬한 느낌을 강조한다. 비현실적인 가사와 사운드는 한 편의 동화 같은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마이 메디신'은 루나가 친모에게 쓴 편지를 그대로 가사에 옮긴 따뜻한 느낌의 노래다. 작은 정성을 보이는 상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R&B 리듬에 녹였다.
 

루나[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호감이 있는 상대를 은하(Galaxy)에 빗댄 재치 있는 가사의 일렉트릭 팝 '갤럭시'와 그루비한 펑키 베이스 리듬과 곡 초반 '킵 온 두잉 두잉 왓 유 두'라는 가사의 반복이 듣는 재미를 높이는 '킵 온 두잉'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

앨범의 두 번째 트랙 '브리드'는 소음이 넘쳐나는 도시에서 갈 길을 잃은 듯한 느낌에 답답해 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트립합 곡이다. 1990년대 초반 발생한 트립합은 전자음악과 음습한 분위기, 여성 보컬,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로 특징된다. '브리드'라는 노래 제목과 가사, 심장 박동 같은 드럼 비트, 찢어지는 듯한 보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