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에티오피아, 국방·PKO 협력 추진…'북한 견제' 군사외교
2016-05-26 17:21
최악 가뭄피해 에티오피아에 100만달러 지원
아주경제 주진 기자 =한·에티오피아 간 국방분야 협력 방안이 추진된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차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현지 대통령궁에서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방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양해각서는 우리나라와 에티오피아가 본격적인 국방협력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북한과 에티오피아와의 군사협력 재추진 가능성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과 하일레마리암 총리는 또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에티오피아는 세계 최대의 PKO 파병국이고, 우리나라 역시 PKO 활동과 관련해 남수단 임무단을 포함해 6개 임무단, 600여명을 파병하고 있는 만큼 PKO 활동을 토대로 양국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회담에서 평화·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고, 북한 문제 등 지역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에티오피아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핵 실험에 대해 명백히 반대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이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조를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전 때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한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와 1963년에, 북한과는 사회주의 군사정권 시절인 1975년에 각각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나라가 앞섰으나 군사 부문 협력은 북한과 활발하게 진행됐다.
1974∼1991년 에티오피아 사회주의 군사정권은 친북 일변도 정책을 통해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군사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수분야를 중심으로 북한·에티오피아 관계가 지속됐다.
특히 북한이 북핵 문제로 인한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군사분야 등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양국간 군사협력 카드는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엘니뇨로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에 총 100만 달러 규모의 가뭄피해 지원계획(에티오피아 국가재난위기 관리위원회 50만달러,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50만 달러)을 밝힐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물라투 테쇼메 대통령을 면담하고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에티오피아는 의원 내각제 국가로 하일레마리암 총리가 정부수반으로 국정의 실권을 행사하며, 물라투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80여개 다민족으로 이뤄진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하일레마리암 총리 주최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만찬에는 에티오피아 주요 정·관·재계 인사와 아프리카연합(AU) 주요 인사 및 외교단을 비롯해 350명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