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막힌 한진해운…회사 운영자금난 시달리나

2016-05-26 16:33
한 달 인건비·건물 임대료 330억원 추산
유동성 위기…밀린 용선료 1000억 이상

아주경제 김봉철·서동욱 기자 = 외국 선주 3곳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을 상대로 첫 선박 억류(어레스트)에 나선 가운데 제2, 제3의 ‘ 남아공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달 말 △동경사옥·런던사옥(380억원) △벌크선(440억) △에이치라인해운(340억원) 등의 매각으로 총 1160억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연체하고 있는 용선료가 1000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다음 달로 넘어가면 이 연체금이 2000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2, 제3의 남아공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달 말 유입되는 매각 대금을 모두 밀린 용선료를 변제하는데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 건물 임대료 등 기본적인 회사 운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1~3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한진해운이 한 달에 필요한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 등 최소 회사 운영자금은 약 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말 기준 선박 151척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직접 보유한 회사 선박이 60척, 다른 선주로부터 빌려 온 용선이 91척이다. 컨테이너선 총 95척 중 용선은 58척, 벌크선 56척 중 용선은 33척으로 각각 집계된다. 한진해운이 올해 지불해야 할 용선료만 해도 무려 9288억원에 달한다.

이 중 한진해운의 8만2158DWT급 벌크선인 한진 패라딥호를 남아공 더반 연해상에서 억류한 선주들은 듀케일 마린(Ducale Marine Inc), 플로랄 마린(Floral Marine Inc), 코이리아쉽 매니지먼트(Kohylia Ship Management S.A) 등 3곳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자구계획안에서 밝힌 대로 4112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에 나서 이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추가 자구안 외에 기본적인 운임 수입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박 억류는 유동성 부족으로 용선료 지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일”이라며 “벌크선은 화주와 선주, 용선주가 각각 한 곳이라 한 배에 수많은 화주의 짐을 실은 컨테이너선과는 달리 영향이 크진 않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가입에 이어 사채권자 집회에서 358억원의 회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상선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남아공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성격이 강한 벌크선이라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면서도 “정기선인 컨테이너선까지 억류될 경우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에서 퇴출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한 25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남궁진웅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