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투표 앞두고 '터키 비하' 등 무리수 남발

2016-05-23 11:35

지난 17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이코노믹포럼에서 브렉시트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에서는 무리수를 두는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EU 탈퇴와 잔류를 호소하는 양대 진영이 격한 논쟁을 보이는 가운데 터키 비하 발언까지 나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현지 방송인  I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십년간 터키가 EU에 가입할 가능성은 없다"며 "지금 같은 속도로 발전해나간다면 적어도 3000년쯤은 지나야 EU에 가입할 자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영국을 포함한 EU 회원국들은 다른 나라의 가입 여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브렉시트 찬성 세력의 판단력이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EU 탈퇴를 원하는 쪽에서 '난민 카드'를 들고 나오는 과정에서 터키의 EU 가입을 언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 찬성 세력은 현재 '7600만명 인구 터키가 EU에 가입한다'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이용해 EU 탈퇴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이민자가 대거 유럽에 유입돼 혼란이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실제로 영국 시민들은 이민자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에 대한 우려를 이용한 전략이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가 영국 시민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5%가 이민자 문제 때문에 영국이 EU를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는 지난 1963년부터 EU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50여 년간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언론 자유 등 각종 인권 환경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이 거부돼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입 가능성은 더 멀어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난민 수용을 전제로 EU 집행위원회(EC)가 터키의 EU 가입 여부를 두고 터키 국민에 대한 무비자 EU 출입을 허용하기도 하는 등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올 7월 무비자 정책 시행을 앞두고 EU 회원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실행 가능성은 요원한 상태다.

찬반 국민투표를 한달 여 앞둔 상황에서 브렉시트 관련 찬반 의견은 여전히 팽팽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EU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은 현재 47% 수준을 보이고 있다. 찬반 국민투표 시행 방침이 정해진 지난해 9월 당시 50% 이상을 넘겼던 데 비하면 다소 떨어진 상태다.

반면 EU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율은 지난해 35% 수준에서 점차 늘어 현재 40%까지 올랐다. 다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12%에 달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캐머론 총리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하락해 생활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EU에 남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2년간 파운드화 가치는 12%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식료품비 부담은 연간 120파운드(약 20만 6000원) 늘고, 옷값 등 생활비는 연간 100파운드(약 17만 2000원) 더 높아진다. 이에 대해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쪽은 보호 무역주의를 우선시하고 있는 EU 정책에 따를 경우 오히려 생활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