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럽 경제..."6월이 고비다"
2016-05-04 17:02
영국·스페인 6월 중 국민투표...그렉시트 가능성도 부상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의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에서 잇따라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는 데다 그리스에서는 추가 구제금융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경제에 대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세 불안 속 투표 앞두고 있는 영국·스페인
일단 유럽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다. 영국은 오는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치른다. 최근 실시된 브렉시트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ICM에 따르면 탈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45%로 잔류(44%) 의견보다 많았다.
실제로 영국 통계청은 지난 1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0.4%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0.6%)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하워드 아처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분기 GDP 성장률이 0.3%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영국이 EU를 떠나면 GDP가 잔류 때와 비교해 2020년에는 3%, 2030년에는 5%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ECD는 또 "EU 탈퇴는 영국 경제뿐만 아니라 OECD 다른 회원국들, 특히 다른 유럽국들에 경제적 여파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분기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은 0.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조사치를 웃돌았다. 스페인중앙은행은 올해 스페인 경제가 2.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구매자관리지수(PMI)도 전달에 비해 0.1 상승한 53.5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한 가운데도 지난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유럽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인 3.2%를 기록했다. 다만 재총선 등 정치 불안이 계속되면서 투자 심리와 고용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다시 치른다고 해도 집권당이 정해질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 재정난 그리스...브렉시트와 맞물려 혼란 줄 수도
그리스는 지난해 채권단 트로이카(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가 제시한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3년간 86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유럽안정화기구(ESM)로부터는 첫 분할금 130억 유로를 이미 지원 받았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피하면서 가까스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EU 탈퇴)는 면했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 있다. 채권단 중 한 곳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IMF는 그리스 GDP의 2%에 해당하는 35억 유로 상당의 긴축 정책을 추가로 마련해야만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그리스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던 집권당 시리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2차 구제금융 과정에서 5년간 긴축 정책을 시행했던 그리스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상태다.
이에 따라 IMF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협상안을 두고 당분간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처럼 국민투표에 붙이기보다는 추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반(反) 긴축카드를 들고 나와서 큰 호응을 얻었던 알렉스 치프라스 내각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탓이다.
특히 추가 긴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을 경우 그렉시트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이번에는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7월까지 협상안을 타결하지 못하면 또 다시 디폴트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 찬반투표와 스페인 재총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6월 중 유럽 경제가 큰 폭으로 휘청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협상 지연에 관해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보고 하향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