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을 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장문의 이메일' SNS상에 공개…

2016-05-19 10:00

[사진=페이스북 (닉네임 '정환용의 부의방정식') 캡처]
 

아주경제 전현정 기자 =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기사를 보고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SNS상에 공개돼 화제다.

19일 '정환용의 부의방정식'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남 살인 사건 기사를 보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이메일. 여자, 남자를 떠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읽어봤으면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이메일 내용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메일 내용은 "무분별한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에 너희 누나를 보내 아빠로서, 그리고 역시 한국 국적의 남자인 아들을 둔 아빠로서 걱정이 되는 것이 많아서 몇 자 적어보낸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이어 "우리나라 주요 범죄들은 대부분 남성에 의해 일어나고 그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가 되는데, 그 사실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남자를 보고 공포를 느낀다고 하는구나. 이것에 대해 남자들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건 맞는 말이다. 모든 남자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들이 이러한 여자들의 인식을 '일반화의 오류'라고 인식하는데서만 끝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며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사회의 오류까지 남자들이 더 넓게 봐야하는거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한, '여혐'이라고 속칭되는 개념에 대해 말하며 여성들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성차별 문제의식을 지적했다.
"'조신하게 다녀라, 밤에 돌아다니지 말아라'와 같은 말들이 모두 '여자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성행하는 성차별"이라며 "여자들에게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가르쳐야할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밤에 돌아다니는 여성을 해코지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가 아니라 '피해자가 되지 말아라'를 가르치고 있다"라는게 문제라며 "모든 범죄는 '가해자'가 시작하는 건데"라고 밝혔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내 자식에게 저렇게 넓은 시각을 보게 해주는 부모를 보며 우선 나부터가 알게 모르게 인식된 편견과 차별을 되짚어보고 다양성을 더 인정하고 다각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살해 용의자 김모씨(34)는 지난 17일 오전 1시경 서울 서초구 인근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라는 이유로 23세 여성 A씨 왼쪽 흉부를 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