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 검증… "피해자·유가족에게 죄송해"
2016-05-24 14:03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34)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께 김씨가 범행 현장인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은 강력팀과 과학수사팀 형사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씨는 오전 8시 50분께 경찰의 호송차량을 통해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구속 전과 마찬가지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운동복 차림에 포승줄에 묶여있었다.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전과 달리 김씨는 이날 취재진과 차분한 모습으로 눈을 마주치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질문에 응했다.
피해자를 왜 죽였느냐는 질문에 "경찰 조사과정에서 형사님들에게 충분히 말씀드렸고, 동기와 이유 등에 대해선 차후 조사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희생된 피해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감정이 없고 희생된 점에 대해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심경에 대해선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짧게 대답한 뒤 현장 검증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등 범행 장면을 총 두 차례 태연하게 재연했다. 다만 김씨는 처음과 달리 죄책감을 내비치기며 피해 여성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오전 9시 40분께 김씨는 모든 현장검증을 마쳤다.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일찌감치 건물 앞에 설치된 폴리스 라인 너머로 취재진 수십여명과 인근 주민 20∼30여명이 몰렸다.
한편 김씨는 지난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건물 1층 주점과 2층 노래방 사이의 공용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는 남성 6명이 화장실을 이용한 뒤인 같은 날 오전 1시7분께 이 화장실에 들어온 20댜 여성 A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경찰은 정신분열증 환자로 2008년 이후 병원에 6차례 입원한 전력이 있는 김씨가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26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