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창업세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범 LG가 ‘우애경영’ 상징

2016-05-07 08:03

춘곡(春谷)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전 국회부의장) [사진=LS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7일 별세한 춘곡(春谷)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은 유일하게 생존했던 창업세대로 범 LG가를 하나로 묶는 ‘우애경영’을 실천한 인물로 기록된다.

연암(蓮岩)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넷째 동생으로 1923년 6월24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춘곡은 후쿠오카 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연암을 따라 락희화학(LG화학의 모태)에 입사한 그는 화장품 연구에 몰두해 락희화학의 혁신제품인 ‘안 깨지는 크림 통 뚜껑’ 개발을 주도했으며, 역시 그룹의 모태인 금성사 부사장을 지냈다.

구씨 일가 중 유일하게 정계에 입문한 그는 4대(자유당)와 6, 7, 8, 10대(민주공화당), 9대(유신정우회) 등 4.19와 5.16에 이르는 3년 동안 공백을 제외하고 6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국회 부의장도 역임했다. 1966년 월남공화국에서 수교훈장을, 1975년에 청조근정훈장을 수훈했으며, 1976년에 콜롬비아공화국에서 국회장을 받았다.

LG그룹 전신인 금성사와 럭키금성그룹에서 경영자로 활동했으며, 2003년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LG창업고문 겸 예스코 명예회장와 함께 LG전선그룹으로 그룹을 분리해 독자경영에 나섰다. 이후 그룹명을 현재의 LS그룹으로 바꿨다.

춘곡은 구씨 가문의 최고 어른으로, 평소 가족과 집안의 화합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운동을 특별하게 하지 않지만 건강의 비결이 가족의 화목이라고 알려졌다. 그는 가족 간이라도 예의를 갖추고 존경할 것을 강조한다. 계열 분리를 한 뒤에도 집안의 장손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며, LS그룹이 사촌형제 간 공동경영 체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춘곡을 범 LG가에서는 ‘우애경영’의 상징이라며 존경해왔다. 계열 분리를 한 달여 앞둔 2003년 10월 자식들에게 “욕심 부리지 말라”고 했던 말은 개인보다는 가족, 회사의 화합을 우선한 춘곡의 마음이 잘 우러난 대목이다.

LS그룹은 창업세대들의 자식 세대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사촌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사촌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안정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전선·산전·에너지·동 제련 등 사업 틀을 마련해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뒤 매출이 4배 이상 뛰며 큰 성장을 이뤘다.

춘곡은 아내 최무 여사(2012년 5월 별세)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뒀다. 장남 구자홍 LS니꼬 동제련 회장과 차남이 구자엽 LS전선 대표이사 회장, 사남 구자철 예스코 회장 등이 있다. 삼남 고 구자명씨는 LS 니꼬 동제련과 예스코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으나 2014년 11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두 딸은 구근희씨, 구혜정씨다.

조카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등이 있다.

LS그룹은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시장 20호실에 차려질 예정이며, 5일장·회사장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발인은 11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