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다시 '경제민주화'] (上) 여야, 한 목소리 다른 속내
2016-04-27 18:37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경제 이슈는 18대 총선 때부터 선거의 핵심 의제로 자리잡았다. '뉴타운' 공약을 선택했던 민심은 19대에 이르러 '경제민주화'라는 키워드에 사로잡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보수 정당이 내건 공정한 기회, 투명한 경쟁 등의 슬로건은 신선했고, 고착화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낳았다. 4년이 지난 지금,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란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야당이 해묵은 단어를 다시 꺼내들었다. 20대 국회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 여야, 엇갈린 시각…경제민주화, 경제성장과 다른 개념?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당시 공약집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경제민주화에서 시작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20대 총선 공약집에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아예 빠졌다. '경제활성화'라는 단어로 새누리당은 방향을 살짝 틀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서로 반대되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편중된 부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경제활성화는 말 그대로 경제를 살려보자는 뜻이다. 여당은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집권할 수 있었고, 야당 역시 경제민주화를 얘기한다.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이슈는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 대기업 경제력 집중 해소, 중소기업 및 영세상공인 사업 보호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선 자본력과 영업력에서 앞서는 대기업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선 접근이 조심스럽다.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병행하기에 부담이 큰 것이다. 대기업 규제보다는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성장주의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인적물적자원이 담보돼야 하는데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 등에도 자본재 축적을 장려하는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면서 "성장하기 위해서 경제 비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의 '뜨거운 감자'
여야가 특히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 중 대표적인 것이 재벌개혁이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연계를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기존에 발의된 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재벌의 부 축적과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게임에 칼을 대는 내용들이다.
재벌 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총수일가의 편법 상속 등을 막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 등이 이미 국회에 계류중이다. 당에서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최근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불평등의 문제라든지,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의 붕괴 문제와 연관이 돼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채이배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인 역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를 20대 국회에서 전면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여당에선 소득분배 개선을 목적으로 최저임금을 중산층(가계소득순위 25~75%) 하위권 소득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높이고 근로장려세 혜택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좁히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총선 참패로 인해 추진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전 교수는 "정부가 해 온 경제민주화법안 가운데선 대규모 기업집단의 신규순환출자금지 정도가 그나마 경제민주화를 실천한 사례"라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20대 국회에서의 경제민주화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