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제 어디까지 왔나-4] 도입 애 먹는 시중은행…노조 합의가 관건
2016-04-27 16:00
아주경제 장슬기·홍성환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 중심으로 성과주의 확산을 강조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방침에 예외일 수는 없다.
시중은행 대부분은 여전히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호봉에 따라 임금이 변화되고, 여기에 인센티브(성과급)가 더해지는 식이다. 당국의 지침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임금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노동조합과의 합의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 호봉+연봉제 적용하는 시중은행
KB국민은행의 경우 타 은행과는 달리 3년 단위 호봉제가 적용된다. 성과급 역시 전문직군을 제외하고는 지점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성과급은 임금의 약 20~30%를 차지한다.
국민은행은 1년에 한 번씩 지점들을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성과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지점은 다음 년도에 기본급의 800%를 분기별로 나눠서 지급받는다. 성과평가에서 가장 적은 점수를 받은 점포는 기본급의 450%를 지급받는다. 차등폭은 2배다.
이 같은 성과평가는 일반 직원들보다는 임원들에게 더 큰 차등을 보인다. 특히 하나은행은 영업에 대한 커리어를 중시하는 만큼, 임원들이 영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성과급 비중은 20% 안팎으로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급에 따라 연봉이 최대 2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직원에게는 기본급에 일부 성과급이 반영되는 호봉제가 적용된다. 다만 직급별로 연봉에 대한 상하 제한선이 있어 호봉이 올라가도 상한선에 다다르면 연봉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부지점장 이상 관리자급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차장급 이하는 성과급이 일부 반영된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성과급 비중은 지점장 등이 해당되며 소속장급은 전체 급여의 25%, 기본급 대비로는 32% 수준이다. 관리자급 이하는 성과급 비중이 전체 급여의 20%, 기본급 대비로는 25%다.
◆ 성과제 확대 초읽기…특별승진 시도
이 같은 은행권의 임금체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주요 7개 시중은행의 평균연봉은 약 8000만원 이상이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호봉제가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당국의 방침에 따라 성과제 확대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특별 승진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뛰어난 실적을 낸 직원 8명을 특별 승진시켰다. 성과주의 문화를 확립하고 조직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특별 승진을 단행한 것이다.
또 올해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 역량·직무경험·성과에 따라 임금피크 적용 시기를 차등적으로 적용했다. 성과 우수자는 임금피크제 적용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KEB하나은행도 올 초 탁월한 영업 성과를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에 대한 특별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5명, 계장에서 대리로 1명이 특별승진했다. 호봉과 관계없이 영업 실적에 따라 특별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몇년 전부터 특별 승진을 늘리고 있고,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인 직원들을 대거 특별 승진시키기도 했다. 또 지난 정기 인사에서 영업 실적을 반영해 부서장 연령대를 크게 낮췄다. 일부 저성과자에 대해선 후선 배치해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동기부여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개선이 필요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한 뒤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직원들 연봉의 절반 가량을 성과급으로 돌리는 방안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은행권이 기존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로 전환하는 것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제를 확대하기 전 부서별로 공정한 평가 기준을 세워 노조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은행별로 현재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노조와 협상을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