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제 어디까지 왔나] 성과주의 빗겨간 금융권…도입 왜 늦어질까

2016-04-26 16:51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성과주의 확산을 강조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일 한 만큼 받아라."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불받는 체계인 '성과주의'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근무연차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성과주의 도입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일 한 만큼 받는' 성과제가 자칫 인력 구조조정의 도구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이를 두고 노동조합과 사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나, 생산성을 높여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성과주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금융당국과 성과중심 문화 확산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존 임금체계를 성과체계로 확대하기 위한 정비작업을 준비 중이다. <관련기사 4면>

성과주의 확산은 금융당국이 올해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정책금융기관들은 국민과 기업이 원하는 더 나은 정책금융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우선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금융권 임금체계는 호봉제(입사 순서에 따라 서열순으로 임금이 적용되는 제도), 혹은 호봉제에 성과급이 혼합된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이 같은 임금체계가 성과중심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고정수당처럼 운영되는 부분은 변동성과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과주의는 임금을 깎자는 의도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며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과, 무임승차자의 대우를 차별화해 금융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하고 이를 달성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별도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유인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 굳혀진 금융권의 임금체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앞서 수차례 총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노사 관계에 대한 개입을 지적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는 단순히 임금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저성과자' 낙인을 찍기 위한 핵심 장치"라며 "금융위의 불법적 개입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사측에 대해 총력 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성과문화 확산을 위해 MOU를 체결한 금융공기업들은 최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성과문화 확산을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주의 도입은 금융산업, 특히 은행을 중심으로 떨어지고 있는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문화가 자연스레 확산되면 금융권 경쟁력에 활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