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가계부채 급증세가 주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월 수도권에 이어 다음달 2일부터 지방에도 강화된 여신 심사 기준이 적용되면서 풍선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52조85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48조6323억원에 비해 4조2238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1~2월에 이같이 증가한 것은 한은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이전까지 최고치는 지난 2014년 1∼2월에 기록한 1조725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은 6409억원에 불과했다. 통상 이 시기는 주택거래가 줄고 직장인들의 연말 상여금으로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대출액이 줄어드는 시기로 여겨진다. 이번 증가 현상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이 쉬워진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2조4459억원으로 연간 기준 최대치였다. 여기에 예금 수신기관이 아닌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 등의 대출까지 추가하면 2금융권의 대출 증가액은 더 커진다.

이같은 현상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은행권에 대한 대출 규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자 2금융권으로 대출 고객이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국은 지난 2월부터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소득 심사를 강화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적용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11조6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 감소했다.

다음달 2일부터 지방에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2금융권을 향한 풍선효과가 더 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은해 일각에서는 은행권보다 높은 2금융권의 대출 금리 때문에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보통 은행권보다 높아서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가계가 2금융권에서 생활비를 확보하려고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 감소 등의 상황 변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성장 흐름 속에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저신용·저소득층의 대출이 지속되고 있고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로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더 빨리 늘어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