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제재 해제 100일, 국내 건설사 수주 ‘제로(0)’…중국·일본에 밀렸다
2016-04-24 07:01
시진핑 스킨십에 중국 시노스틸 34만톤 규모 알루미늄 플랜트 수주
"금융지원 불확실성, 달러화 거래 불가 등 해결과제 많아"
"금융지원 불확실성, 달러화 거래 불가 등 해결과제 많아"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올 초 이란에 대한 서방 세계의 전방위 경제제재가 해제된 지 석달이 지났지만, 국내 건설사의 대(對)이란 수주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등이 발 빠르게 이란 시장에 재진출한 사례와는 크게 대조되는 것이어서 이 상태로면 ‘이란 특수(特需)’가 신기루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 이란에 대한 공식적인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내에서 수주한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경제제재 해제 전후로 이란 내 지사를 신규 또는 재설립하는 등 현지 협력 관계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과거 해외 수주실적 5위권이었던 이란 건설시장이 5년 만에 다시 열리자,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외건설에 강점이 있는 건설주들이 한때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것은 현대건설-포스코, 대림산업 등이 각각 대형병원과 철도공사, 댐·수력발전 플랜트 등의 사업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다음달 체결하기로 한 것이 전부다.
반면, 중국과 일본, 일부 유럽 국가들은 높은 기술력과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 하에 이란 건설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중국의 중강그룹(中鋼集團ㆍSinosteel)은 지난달 중순 이란 내 연간 34만톤 규모의 알루미늄 생산 플랜트와 관련 발전소(1000MW) 건설에 참여하기 위해 이란 광공업개발공사(IMIDRO)와 구체적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구리·아연 등 총 15개에 이르는 광물에 대한 발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이란 정부를 상대로 시장 선점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월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직후 고위급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국빈방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발 빠른 ‘경제 스킨십’을 보여줬다.
이 같은 중국의 친(親)이란 경제 행보에 조만간 테헤란 내 중국 은행들의 지사 설립 승인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역시 한·중 기업과의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바레인, 쿠웨이트 등 GCC(걸프협력회의) 6개국 지역의 대체시장으로 이란을 염두에 두고 일본무역진흥기관(JETRO)이 지난 2월 일본 기업의 이란 투자활성화에 관한 투자협정 체결을 마무리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도 이란 진출 정책자금 지원 협정안을 마련하는 등 이란과의 경제협력관계 복원을 위해 대대적인 정책변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의 달러 대비 엔화약세가 일본 기업들에게 가격 경쟁력이라는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기업들도 이란 내 석유화학 플랜트 및 고속철도 건설 등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계약에 들어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금융지원 규모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은행들이 더 적극적으로 건설사를 밀어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이란 내 건설 프로젝트 발주가 늘어나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물량도 본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