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 개의 연애' 박규리, 서두르지 않아도
2016-04-20 19:27
박규리는 4월 13일 개봉한 영화 ‘두 개의 연애’(감독 조성규·제공 조이앤시네마·배급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되었다. 편안한 친구 같은 현재의 여자친구(채정안 분)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전 여자친구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남자(김재욱 분)의 감정을 그린 작품에서 전 여자친구 미나 역을 맡게 되었다.
미나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자다. 침묵하고 감추며, 배려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재일교포이자 기자인 미나는 어딘지 배우의 길로 접어든 박규리와 닿아있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했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본 ‘두 개의 연애’는 어땠나?
- 영화를 다 찍고 부산국제영화제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또 6개월이라는 텀이 있었다.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경우 관객들과 보다 보니 마음을 졸이고 조마조마해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관객들의 흐름에 따라 울고 웃으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카라 활동 이후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첫 영화가 독립영화라니 사실 신선했다
- 저도 몰랐다. 하하하. 조성규 감독님과는 일이 아닌 사적인 만남으로 알게 된 사이다. 술자리였는데 그 자리의 저를 기억해주신 것 같다. 카라의 일본 활동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고. 일본어를 잘하는 배우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제 이미지를 기억하셨다가 어울릴 것 같다며 시나리오를 건네주셨다. 저 역시도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어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도 함께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감독님의 뮤즈 같은 느낌이다
- 뮤즈 정도는 아니다. 하하. 현장에서 감독님의 연출 방식에 대해 잘 이해하고 편안해하다 보니 감독님께서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다행히 다음 역은 한국어를 쓰는 역할이다.
재일교포 역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 현장이 너무도 즐겁고 재밌었지만, 첫 작품이라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써야 하니까 어려운 점도 많았다. 2주간 강릉에서 촬영하면서 재욱 선배와 일본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일본어의 맥을 끊지 않으려고. 또 현장에 일본어 선생님이 계셔서 일본어 쓰다 보니까 미나에게 집중된 것 같다.
일본어도 그랬지만 생활연기에도 눈이 많이 갔다
- 일본에서 살아온 여자와 한국에서 살아온 여자의 생활습관은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한국 여자처럼 지내지 않으려고. 하하하. 종일 일본영화를 틀어놓고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을 얻으려고 했다.
일본어는 그대로 외워서 연기한다지만 서투른 한국어 연기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 한국어를 쓰면서 일본어를 쓰는 그 미묘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어를 쓰는 부분 같은 경우에는 영화의 후반부에 작은 반전도 끌어내기 때문에 미묘한 뉘앙스를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 줄다리기가 힘들더라.
미나라는 인물은 어땠나?
-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 미나와 같은 경험이 있던 건 아니지만. 하하. 미나 사랑 방식, 윤주의 사랑 방식을 두고 어느 것에 가깝냐고 하다면 미나와 가까운 것 같다. 미나는 사랑에서 쿨한 건 아니니까. 사랑에 충실하고 이별 후에는 미련 없이 행동하는 것이 비슷한 것 같았다. 와 닿기도 하고. 그런 모습에 이입하기가 더 쉬웠던 것 같다.
남자들은 인성 캐릭터에 공감을 많이 한다던데. 인성 같은 남자를 만나본 적이 있나?
- 주변에서 인성을 두고 말하기를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마주한 느낌’이라고 하더라. 누구나 그럴 수 있고 공감이 된다면서. 사실 제가 앞으로 연애하는 것에 있어서 잠재적인 인성을 만나거나 지나온 사랑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만 모르면 된다.
인성은 나쁜 남자보다는 지질한 것에 더 가깝더라. 전 여자친구인 미나 입장에서 정말 지질하게 느껴 졌던 장면은 무엇인가?
- 지질보다는 애잔하게 느껴 졌던 신이 있다. 강릉에 내려가서 갑자기 자기 방 보일러가 고장 났다며 미나의 방에 찾아왔을 때다. 당시 미나는 ‘참 뻔하다. 너도, 나도’라는 심정이었다. 인성도 싫고 저도 싫은 기분이나 여러 생각들. 마음 아프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대와 스크린은 많은 부분이 달랐을 것 같다
- 가수 활동 같은 경우에는 앨범이 나오고 무대 활동을 한다면 그 콘셉트에 저를 맞춰서 판타지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연기는 평소 나와 가장 비슷한 모습을 끌어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는 모습이나 화난 모습에서 감정만큼은 진짜 제 모습을 표현하는 거니까. 가수 활동은 판타지였다면 스크린 속 모습은 박규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양쪽 다 다른 재미가 있다.
가수활동은 판타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배우는 그 판타지를 깨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 같다
- 제가 망가진 역을 맡는다고 해서 인간 박규리가 망가지는 건 아니지 않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담감보다는 설렘에 가까웠다. 그게 두려웠으면 도전을 못 했을 것 같다. 깊게 생각하다 보면 힘들어지는 것 같다. 보여줄 때 보여주고 즐겁게 작업해야 한다. 연기로서 망가지든 화내든 그건 별개라고 생각하니까 괜찮은 것 같다.
‘두 개의 연애’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갈 텐데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나?
- 지금은 연기나 영화로 다양한 걸 경험해보지 않아서 어떤 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보다는 많은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제가 20대 후반이니까 나이에 맞는 걸 해보고 싶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나이에 맞는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다.
배우로서 이상형이 있다면?
- 이상형보다는 전도연 선배님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배울 점이 다양해서 어떤 스타일보다는 포괄적인 면에서 그렇다. 워낙 어릴 때부터 그분의 영화를 보며 자랐으니까. 많이 배우고, 들었다. 누구나 닮고 싶은 배우 아닐까.
배우 활동에서 구체적인 이상향을 설정한 게 있나?
- 이상은 없다. 우연히 벚꽃이 피는 걸 봤는데 아름답고 예뻤지만, 너무 일찍 지더라. 나무에 있을 땐 예뻤는데. 그런 배우는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나 바위처럼 투박해도 오래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첫 시작이니까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다.
10여년 간 카라 활동을 해왔다. 무대를 떠나온 것이 아쉽지는 않나?
- 카라가 해체된 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잘 맞고 얘기가 나온다면 앨범이 나올 수 있다. 지금 당장 무대에 서는 건 아니지만…. 일단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 워낙 두 가지 일에 집중력을 나누는 걸 못해서 이번에는 연기 활동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