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 개의 연애’ 김재욱, 까리한 재등장

2016-04-18 20:07

영화 '두개의 연애'에서 인성 역을 열연한 배우 김재욱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시쳇말로 까리하다. 배우 김재욱(33)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자면 그렇다. 와플 굽는 남자 선기(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지나 마성의 게이 선우(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외로운 재벌 2세 태성(드라마 ‘나쁜남자’)에 이르기까지. 줄곧 까리하고 예민하며 근사한 남자였던 그가 세상 다시없을 지질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은 그는 지질할수록 더욱 까리한 배우의 얼굴을 드러냈다.

4월 13일 개봉한 영화 ‘두 개의 연애’(감독 조성규·제공 조이앤시네마·배급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는 편안한 친구 같은 현재의 여자친구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전 여자친구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남자의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김재욱에게도 그를 지켜보는 대중들에게도 변화이자 도전이다. 그가 연기한 인성이라는 인물은 전 여자친구 미나(박규리 분)와 현 여자친구 윤주(채정안 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쩔쩔매며 지질거리기도 한다. “사람 냄새 나는 역할”에 대한 김재욱의 갈증을 확실히 풀어줄 캐릭터였고 관객들에게는 김재욱의 이면을 발견케 한 매력적인 인물인 셈이다.

영화 '두개의 연애'에서 인성 역을 열연한 배우 김재욱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관객들에게도 그렇지만 인성은 김재욱에게도 신선한 캐릭터일 것 같다
-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잘할 자신도 있었는데 너무 (캐릭터를) 안 주시더라. 그동안 명확하게 선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현실감 있고 나사 하나 풀린 역할을 맡게 돼 좋았다. 분명 관객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빈틈없어 보이는 사람이 허술한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더욱 재미를 느끼지 않나. 제가 이제껏 그려온 이미지들과 인성의 갭(Gap)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인성을 더 명확하고 재밌게 느껴지게 할 것 같았다.

지질한 김재욱을 볼 거라 누가 생각했겠나. 하지만 그 지질함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 인성이 이퀄 지질인 것 같다. 하하하. 지질한 연기는 오히려 어렵지 않았다. 자연스러움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연기를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그동안 이런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 인성이라는 캐릭터가 일본어를 제외하면 배우 김재욱에게 선뜻 갈만한 캐릭터가 아니지 않나. 다행히 조성규 감독님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저를 잘 아니까 기회를 주신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이런 김재욱의 이면을 봤으면 좋겠다. 더 친숙함을 느낄 것 같다
- 많이 봐주셔야 할 텐데. 하하하. 최근 이런 로맨스 영화가 많지 않으니 (로맨스 영화를) 기다리는 분들에 좋은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극 중 영화감독 인성 역을 맡은 김재욱[사진=영화 '두 개의 연애' 스틸컷]


조성규 감독님을 비롯해 배우들 모두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친한 기운이 물씬 느껴지더라
- 촬영 내내 즐거웠다. 저 뿐만 아니라 (채)정안 누나나 (박)규리 역시 짧은 기간동안 촬영에 임하며 힘들어하거나 피곤해하지 않았다. 다들 현장을 좋아하고 겉치레도 없는 사이라 편했던 것 같다. 규리와는 일본어 대사를 맞추기 위해 프리 단계에서부터 오래 봐왔고 정안 누나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인연으로 9년째 알고 지낸 사이다. 늘 즐겁고 따듯한 분위기였다.

그 친분이 영화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특히 채정안과는 오랜 연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 윤주와는 오랜 친구 같은 연인 사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 윤주가 정안 누나였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안 누나와는 이전 회사도 현재 소속사도 같고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 멤버들과 함께 봐왔기 때문에 친하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는 사이랄까. 그런 게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영화 '두개의 연애'에서 인성 역을 열연한 배우 김재욱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일본어 연기는 어땠나?
- 영화의 톤 자체가 리얼리즘을 그리고 있어서 일본어도 대사가 아니라 대화에 가깝게 그리고 싶었다. 미나와 처음 만나는 신에서도 대사를 친다는 느낌보다는 딱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고 주고받는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냥 일본어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 졌다. 어렵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어릴 때 일본에서 지냈다더니. 일본어가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더라
- 한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일본에 있었다. 가족들 중 일본어를 제일 잘하고 오히려 한국어가 서툴렀다. 하지만 초·중·고를 한국에서 다니니 일본어를 점점 잊어버리더라. 한국에 거주하는 유학생이나 재일교포들을 만나면서 일본어를 알아듣겠는데 말로 안 나오니 정말 답답하더라. 그분들을 일부러 만나면서 다시 일본어 회화 능력을 키웠다.

극 중 두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현 여자친구 윤주와 옛 여자친구 미나를 두고 인성의 태도 차이가 극명하던데. 그 점 역시 노리고 연기한 건가?
- 그렇다. 미나에게 인성은 남자이고 싶어 한다. 미나보다 연상이기도 하고 다른 언어를 쓰며 관계성이 달라서 의지가 되고 싶어 한다. 미나가 강릉으로 취재를 올 때도 예약이며 취재 장소를 알아봐 주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또 윤주는 동갑인지 연상인지 정하지 않았지만 정신연령 부분에서는 윤주가 월등히 위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윤주와 있을 때 인성은 응석받이 같고 철없는 인물로 그려지니까. 하지만 그걸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윤주와 인성인 것 같다.

실제 김재욱에게는 윤주가 필요한가 아니면 미나가 필요한가?
- 미나도 매력적이지만 지금의 제겐 윤주가 더 끌린다. 남자들 모두 그럴 거다. 윤주라는 캐릭터 자체가 남자들의 이상을 담고 있으니까. 작은 실수도 품어주고 이해해주는 모습이 좋다. 사실 조성규 감독님의 이상형인 것 같다. 우리 모두 윤주를 보며 ‘감독님의 이상형을 몽땅 넣었다’고 했었다. 본인은 부정하시겠지만.

영화 '두개의 연애'에서 인성 역을 열연한 배우 김재욱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를 본 남자 관객들이 입을 모아 ‘공감된다’고 하던데. 김재욱도 마찬가지인가?
- 그렇지 않나?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남자가 더 의심스럽다. 사실 흔들릴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이별의 과정도 후회가 남고 끝맺음이 안 된 채 전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 거니까. 거기에 1박 여정이라니.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상상할 여지는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는 사람을 더 의심해야 한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도 그렇지 않나?

영화만큼이나 제대 후 행보도 예상 밖이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나 ‘나쁜남자’ 이후 상업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줄 알았는데. 독립영화계 데뷔라니 의외였다.
- 신 하나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고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게 영화 쪽이다 보니 영화 작업에 더 중심을 두게 된 것 같다. 드라마 촬영은 순발력이 필요한데 이걸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도 들었다. 캐릭터나 연기에 더 고민하고 싶었고 그런 작업에 목말랐다.

연기에 대해서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다
- 한 작품씩 하면서 달라지기도 하는데 30대가 되면서 많은 점이 달라진 것 같다. 물론 근본적인 부분은 안 바뀌지만 자세나 책임감이 무게가 달라진 것 같다. 저는 돈 벌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사명감 같은 걸 가지고 일한다. 예컨대 저는 어릴 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곤 했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좋은 작품들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 저라는 사람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타인에게 제가 출연한 작품도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만약 그런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거다. 배우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선택이 달라졌을 거다.

김재욱에게 변화 일부가 되었을 ‘두 개의 연애’가 관객들에게 어떤 걸 주었으면 하고 바라나?
- 얻어 갔으면 하는 점보다 영화를 보고 많은 대화를 하길 바란다. 연인이나 썸을 타는 이성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다들 입장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는 다 그래?’, ‘여자는 어때?’ 등 재밌고 즐거운 대화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