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로리데이’ 수호와 김준면 사이

2016-03-25 12:11

그룹 엑소 멤버이자 배우 김준면 (수호)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김준면(25)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그룹 엑소가 아닌 배우라는 소개말도 마찬가지다. 으레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그렇듯 수호 역시 엑소의 이름을 지우고 김준면이라는 이름을 스크린에 새겼다. “엑소의 후광을 벗으려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이자 마음가짐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화려한 단어들을 지우고 나니 김준면의 민얼굴이 드러났다. 아무것도 덧바르지 않은,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가진 청년의 민낯이었다.

김준면은 3월 24일 개봉한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렬·제작 ㈜보리픽쳐스·제공 필라멘트픽쳐스·배급 ㈜엣나인필름)로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의 시간이 멈춰버린 그 날을 가슴 먹먹하게 담아낸 영화에서 김준면은 친구들의 ‘아픈 손가락’인 상우 역을 맡았다. 아픈 청춘의 초상, 김준면은 상우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룹 엑소 멤버이자 배우 김준면 (수호)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의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어울린다. 성실한 상우의 모습과. 처음부터 상우 역을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본 건가?
- 처음에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역할을 모두 준비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지공 역과 상우 역을 준비했다. 사실 지공 역을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상우 역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셨다. 눈이 순수하다고. 하하하. 순수한 눈망울을 가졌다고 하셨다.

의외라고 생각했던 건 상우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가정환경이 어렵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인물이니까. 대중이 생각하는 화려한 엑소의 수호와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 많은 분이 그렇게 느낄 것 같다. 감독님도 처음 캐스팅할 때 ‘너무 잘 생겨서’ 걱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대외적인 멘트인 것 같다. 하하하. 화려한 엑소의 모습 때문에 가난하고 꿋꿋한 상우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던 것 같다. 처음 감독님은 피부도 검고 고생을 많이 한 느낌의 상우를 원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순수한 청년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며 제게 순수한 눈망울을 발견했다고 하시더라.

순수한 눈망울 덕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다
- 하하하. 저도 상우 역에 고민이 많았다. 태닝까지 생각했었다. 감독님이 그렇게까지는 않아도 된다고 해서 넘어갔지만. 상우를 연기하려고 그가 살았던 동네도 가보고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려고 했다.

그룹 엑소 멤버이자 배우 김준면 (수호)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지공 역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글로리데이’의 네 배우 모두 탐내는 역이었나보다
- 지공의 입체적인 모습과 발랄함이 재밌어서 그런 것 아닐까? 사실 제가 지공 같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기분 업(UP) 되어있을 때 지공이랑 비슷한 것 같다. 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하면 지공 역 살릴 거란 기대가 있었다. 또 지공 역을 잘해낸다면 제가 가진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연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신선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실제로는 네 명의 인물 중 어떤 ‘친구’에 가깝나?
- 상우와 용비의 콜라보레이션 정도? 하하하. 상우는 주관이 뚜렷하고 과묵한 스타일이지만 저는 사실 잔소리가 많다. 엑소 멤버들을 이끌어 가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리더십 부분에서는 용비와 닮은 것 같지만 그렇게 철없는 느낌은 아니다. 적당히 섞인 느낌?

상우와 용비의 장점들을 섞으면 김준면이 되는 건가?
- 팬들이 그렇게 말해줬다. 하하.

극 중 상우 역을 맡은 김준면이 언급한 바다 장면[사진=영화 '글로리데이' 스틸컷]


20대고 청춘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청춘들과는 다른 생활을 했었다. 아픈 청춘의 초상이 공감이 가던가?
-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다행히 학교 수업도 빼먹은 적이 없고 수학여행, 수련회도 다 참여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논 적은 없다. 연습실에 가야 하니까. 상황적인 측면보다는 친구들에 대한 우정 같은 부분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고 공감됐다.

만약 당신이었다면 ‘글로리데이’ 속 폭풍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의리와 현실 앞에서 얼마나 흔들렸을지 생각해본 적 있나?
- 상우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그 상황을 못 견뎠을 것 같다. 모든 스무 살, 아무것도 모르는 청춘들이 그런 위협적인 상황에 직면한다면 아무리 정의감이 있고 의리가 있더라도 견디지 못했을 거다. 심적, 외적인 폭행을 당하지 않나. 잘 모르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침묵하거나 누명을 씌울지도.

상우라는 인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 찝찝함과 죄책감이다. 할머니가 걱정할까 봐 말도 안 하고 무작정 입대를 결정한 것 아닌가. 몰래 떠난다는 것에 대한 찜찜함이 있다. 할머니에게 내레이션으로 편지를 전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한 번씩 그 내용을 읽어봤다. 입대를 앞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할머니에게 말하지 못한 죄책감이 기본 바탕에 깔렸길 바랐다. 바다에서 노는 장면도 즐거워 보이지만 다른 애들처럼 마냥 신나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딱!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바다.

그룹 엑소 멤버이자 배우 김준면 (수호)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사실 김준면이라면 더 큰 작품의 조연 혹은 드라마의 주연으로 연기를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 회사에 독립영화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독립영화를 찾아달라고. 주변에 연기하는 분들도 그렇고 (변)요한 형이나 한예종 선후배님들도 독립영화로 시작하지 않았나. 저 역시 독립영화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청춘물을 해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글로리데이’를 만나게 됐다.

일종의 로망인 셈인가? 독립영화에 대한
- 로망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조연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독립영화를 하고 싶었다. 사실 주변 형들이나 반응이 ‘당연히 독립영화로 시작해야지’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김준면이라는 이름을 쓴 것도 그 이유인가? 엑소라는 이름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 제가 먼저 회사에 제안했다. 엑소의 후광을 버리고 데뷔하겠다는 뜻에서 김준면이라는 이름을 택한 건 아니다. 원래 제가 제 이름을 좋아한다. 하하. 데뷔할 때도 김준면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임팩트가 없어서 수호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연기하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길 가다가도 ‘형!’, ‘오빠!’하고 다가올 수 있는 친근한 배우.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 본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가수 활동 전부터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 같다. 한예종 연기과에 입학한 것도 그 준비 과정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 사실 회사(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을 때부터 연기도 염려하고 있었다. 데뷔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다리를 다쳐서 데뷔가 밀리게 됐다. 고3이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기도 뭐하고 대학에 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이라 제 특기 살릴 수 있는 건 연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 아쉽게 자퇴했다. 학교에서 외부 활동이 금지돼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데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게다가 학교 커리큘럼이 도저히 활동과 병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주 꽉 차있다.

배우로서 목표치가 있을 것 같다
- 정확한 목표치는 없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도 없고. 사실 가수를 시작했을 때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신비주의가 아닌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이상형이다.

그룹 엑소 멤버이자 배우 김준면 (수호)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요즘 엑소 멤버들이 연기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도경수(디오) 같은 경우는 많은 호평을 얻고 있지 않나. 좋은 자극제가 될 것 같은데?
- 그렇지는 않다. 자극이나 질투 같은 건 없다. 경수가 연기를 먼저 시작했다고 아쉬운 마음이 든 적도 없다. 그냥 바쁜 일정 속에서 어떻게 연기 활동까지 병행하는지 대견할 따름이다. 걱정도 되고 안쓰러워서 경수한테 격려도 해줬다.

엑소 멤버들도 연기 활동을 많이 하는데 연기적인 이야기는 많이 안 나누나 보다
- 음악이나 다음 활동 콘셉트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 연기에 관한 이야기는 안 한다.

스크린 데뷔작인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다. 추가 촬영도 없었다고
- 아쉬움이 남지만,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길게 보고 생각하고 있다.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작품이 있나?
- 청춘물을 한 번 더 찍고 싶다. 중학교 때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굉장히 재밌게 봤었다. 대학교 때는 ‘파수꾼’을. 청춘 영화가 재밌기도 하고 마음에 와 닿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킥복싱도 배우고 있으니 액션도 좋을 것 같고.

그렇다면 청춘 액션물은 어떤가
- 하하하.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