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날,보러와요’ 특이하지 않은 강예원

2016-04-05 06:10

배우 강예원이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강예원(35)은 별나다. 누군가는 그를 ‘4차원 배우’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애어른’이라 부른다. 천진하게 굴다가도 한 꺼풀을 벗기면 애어른다운 속내가 드러나는 이 여배우의 면면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가 “특이하지 않다”는 그의 특별한 속내를 들여다봤다.

4월 7일 개봉하는 영화 ‘날,보러와요’(감독 이철하·제작 (주)오에이엘(OAL)·공동제작 (주)발렌타인 필름 (주)에이앤지모즈·배급 메가박스(주)플러스엠)는 강예원의 첫 스릴러 작품이다.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여자 강수아와 시사프로 소재를 위해 그녀의 사연에 관심을 끌게 된 나남수 PD(이상윤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강예원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경찰서장 살인사건의 용의자 강수아 역을 맡았다.

앞선 제작보고회나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강예원은 작품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토로했다. 단순히 첫 스릴러 작품에 대한 고충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그 괴로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졌다. “연기 잘하는 다른 배우가 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는 말 속에서, 작품에 대한 고민과 고뇌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배우 강예원이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유독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았다
- 스스로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학대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이런 게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하다. 이전에는 이런 우울한 마음을 견디지 못했었는데 ‘날,보러와요’를 찍고 확 바뀌었다. 혼자 있는 것까지 즐길 줄 알게 되었다.

차기작인 ‘트릭’ 역시 무거운 이야기 아닌가?
- 무거운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요즘) 가라앉아있는 건가?

심리적으로 압박이 엄청났던 것 같다. 첫 스릴러 작품이 ‘날,보러와요’인 이유는 무엇인가?
-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충분히 가능하다’며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더욱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보면 담 타듯 마무리되고 넘어가는데 그런 현실들이 너무도 답답했다. 이번 작품으로 법이 개정되거나 피해자들이 해결되길 바란다.
 

극 중 강수아를 연기한 강예원[사진=영화 '날, 보러와요' 스틸컷]


이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나?
- 물론이다. 평소 다큐멘터리를 정말 좋아한다. 영화보다 더 좋아한다. 더 사실적인 것들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더욱 다큐멘터리의 사실감이 드러나길 바랐다.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나 관련 다큐들을 굉장히 많이 봤었다.

영화를 보니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지더라. 수아를 연기하며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 감정들을 더 넣고 싶은데 이야기가 가지는 반전 때문에 일일이 연기를 계산해야 했다. 필(Feel)대로 쏟아내는 것보다 더욱 힘들었다.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가야 했고 억지스럽지 않게 다듬어야 했다. 숨은 그림 찾듯이 잘 해내고 싶었다.

하나하나 계산하고 맞춰가는 연기가 낯설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
-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 분장해주는 언니에게 ‘제가 어때 보여요?’ 하고 묻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분장을 해주는 언니가 ‘슬퍼요’라는 거다. 처절한 신이었는데 슬픈 기분이 든다면서.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수아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새로운 계산을 더하게 된 부분이었다.

그 계산이 철저하게 맞아떨어진 부분은 무엇인가?
- 마지막 장면이다. 각자의 해석에 맞게 열어놓고 싶었다. 여러 고민 끝에 어떤 표정을 지었고, 감독님이 제가 원하는 모습을 포착하셨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하던데. 수아 역할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을 많이 줬나?
- 디렉션을 많이 안 주신다. 하하하.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감독님께서 스스로 공부하게 만들었다. 뭘 물어보더라도 ‘네가 제일 잘 알잖아’라고 하셨다. 사실 평소에는 그런 열린 디렉션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은 정말 힘들었다. 계속 정답을 찾아가야 했다.
 

배우 강예원이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날,보러와요’가 강예원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 배움이다. ‘이렇게 많이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은 정도다. 저를 성장시켜준 작품이다. 이렇게 열심히 많은 고민을 하며 작품에 임한다면 뭐가 두려울까 싶을 정도다. 배우로서의 태도도 달라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확실히 이전의 강예원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 태가 나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걸 두고 4차원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때그때 많은 것을 잘 흡수하는 것 같다.

걱정할 정도인가? 배우로서는 장점인 것 같다. 우울한 모습과 밝은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그만큼 소화할 수 있다는 거니까.
- 예능에서는 워낙 밝은 모습만 보이니까. 원하는 색깔에 맞게 저를 보시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제가 보여드릴 색깔이 더욱 많은데 예능에서 저의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나머지 색깔을 못 보시는 것 아닌가.

예능에서 보이는 모습이 워낙 명랑하긴 하다
- 4차원 명랑 소녀는 사실 저의 모습이 아니다. 하하하. 제 안의 우울함을 가리려고 밝은 모습을 더 끌어내려는 편이다. 제가 봐도 예능에서의 모습이 이해가 안 간다. 너무 4차원이니까…. 영리하게 굴었어야 했는데 그런 걸 잘 못 한다. 대답도 잘 넘겨야 하는데, 융통성이 없는 것 같다.

배우 강예원이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혼자 지내는 게 즐거워졌다고 말했었다. 외로움을 이겨낸 요령이 있다면?
그림이나 가구를 만든다. 그림도 그렇지만 의자나 조명, 테이블, 컵 같은 것을. 이것 때문에 물레도 샀다. 하하하. 제가 만든 작품들이 ‘날,보러와요’에 등장한다. 낯선 공간에 제가 만든 익숙한 물건들이 배치되면 감정 이입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앞으로도 제가 만든 물건들을 영화에 등장시키고 싶다.

이런 그림·소품을 만드는 게 연기에도 도움을 주나?
- 많이 준다. 내게 영감을 주니까. 그림을 보면 내 안이 아주 어둡다는 느낌이 든다. 제 안의 어둠을 밝게 하는 작업인 것 같다. 그런 믿음이 생긴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