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문자
2016-04-15 01:00
교보문고아트스페이스, 오는 24일까지 '텍스트 그 이전'전 개최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걸린 최하림 시인의 '봄' 시구(詩句)다. 봄을 맞는 희열을 조심스레 표현한 이 글귀처럼 이 봄이 다 가기 전 한 번쯤 만나야 할 '서점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에서는 문자를 구성하는 요소인 문자 기호·코드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가 8명의 20여점을 선보인다. 故 남관, 故 이응노, 금보성, 유승호, 이동재, 미스터오, 민병걸, 채병록 등 순수예술분야 작가 6명과 디자이너 작가 2명이 초대작가로서 전시장을 메운다.
전시는 '텍스트', 즉 의미체를 형성하기 이전의 문자(자음, 모음, 알파벳 단위)를 의미를 배제한 채 기호적이고 예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에서 기획됐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어떤 면에서는 디자인적인 구조로까지 확장시킨 문자기호 작품들은 그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의미'를 띤다.
남관의 대표적인 문자추상 시리즈 2점, 동양의 서예적 전통미와 서양적 기법이 어우러져 '민족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이응노의 작품 2점은 이번 전시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 한글이 지닌 문자기호로서의 조형성에 주목해 온 금보성의 작품 2점과 '문자 산수'라는 표현 방식으로 유명한 유승호의 작품 5점, 그리고 다양한 재료를 문자기호와 동시에 사용해 정형의 틀을 벗어나는 이동재의 작품 2점은 문자가 그 의미를 벗어 던지면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방증한다.
또한 한글 자모음으로 바닥을 꾸민 민병걸의 작품 2점을 비롯해 한글의 글꼴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작품들로 주목받는 채병록의 작품 2점, 텍스트 구성의 기본요소들을 활용한 미스터오의 영상·평면작품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교보아트스페이스는 '미술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12월 개관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하루 평균 방문객이 4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전시공간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텍스트 그 이전'전은 교보아트스페이스의 네 번째 기획전이다. 그동안 이곳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보문고측은 "매 기획전에 평일 500여명, 주말 1000여명의 관객이 방문해 현재까지 5만여명이 전시를 관람했다"고 밝혔다. 국내 내로라하는 갤러리들도 쉽사리 달성할 수 없는 관람객 수치다.
교보아트스페이스는 올해 책을 주제로 회화, 조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기획전을 10회 개최할 계획이다.
이 전시회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문의 02-2076-0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