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국립외교원장 "한미, 북한에 핵 선제사용 독트린 검토 필요"

2016-03-29 15:46
"북한, ICBM 제외한 핵미사일부대 실전 배치 가능성"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 "인정하기는 싫지만 탄두 (대기권) 재진입 문제로 시간이 필요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외하고는 한반도와 지역을 겨냥한 스커드, 노동, 무수단으로 무장한 북한의 핵미사일 부대가 실전에 배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덕민 원장은 또 북핵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냉전 시기의 핵 독트린 매뉴얼을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면서 "북한의 핵사용 위협에 맞서 선제사용(first use), 유연반응(flexible response) 등 신뢰할 수 있는 최선의 핵 독트린을 한미 양국이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산하 외교관 양성기관이자 정부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국립외교원장이 핵미사일 부대의 실전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핵 선제사용 등 핵 독트린 검토를 주장한 것은 정부내 대북 상황의 인식이 상당히 심각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국립외교원]


윤 원장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IFANS)가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할 수 있겠느냐에 관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더 이상 논쟁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북한이 25년전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4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했음에도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면 상식 밖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억제력을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억제력을 갖추지 못하면 어떤 대북정책도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신뢰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느끼는 안보 불안감을 감안, 미국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수준의 신뢰성을 갖는 확장억제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핵 독트린 검토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방어 대책으로 "제한적 성능의 구형 패트리엇(PAC-2) 미사일 이외에는 제대로 된 요격 수단이 없다"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같은 중고도 방어 수단이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우리 군이 2023년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인 '킬 체인(kill chain)'에는 17조 원이 필요한 반면, 거의 한반도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2개 사드 포대의 도입 비용은 2조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