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으로 ‘일석사조(一石四鳥)’ 효과를
2016-03-23 07:53
-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스스로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정해 놓고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규제가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12월, 민관 합동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규제 기요틴 과제로 정하고 작년 상반기까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공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3분의 2가 찬성하고 헌법재판소가 ‘자격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국회에서도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양의사 눈치보기에 급급한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1년이 넘은 지금까지 기약 없는 표류를 하고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이미 각종 언론 보도와 국회 공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당위성이 입증된 문제이며, 다양한 장점으로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첫째, 한의사가 진료에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로 국민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규제로 인해 1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한의의료기관에서 내원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데 종종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응급환자의 상황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크나큰 불편과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원하게 되면 진단, 치료, 예후 관찰의 순서를 거치게 되는데, 객관적인 행위인 진단과 예후 관찰에 있어서 의료인인 한의사가 문명의 이기인 의료기기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21세기 최첨단 사회에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면 환자의 진료 선택권이 보다 높아지고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다리를 삔 염좌 환자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자 할 경우 현재는 치료 전 양방 병·의원에서 엑스레이 검진을 통해 골절 유무를 확인한 뒤 다시 한의원으로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고 환자 1인당 약 1만4000원의 의료비를 이중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불합리한 구조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으로 이 같은 문제는 말끔히 해소될 수 있다.
셋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으로 의료기기 관련 내수시장 활성화 및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한의의료기관은 2014년 기준 한의병원 210여곳과 한의원 1만3600여곳으로 연평균 3.2%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약 50%에서 영상진단기기·생체계측기기·체외진단기기 등 세 가지 의료기기를 구매한다면 최소 3년 내 1조원 이상의 의료기기 산업 신규 매출과 1만개 이상의 일자리 생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통한 한의학의 치료 효과 및 유효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으로 한의학 발전과 국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중국의 경우 중의와 서의(양의사)간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차별이 없어 객관적 진단과 예후 관찰이 가능하며, 이러한 차별 없는 지원을 통해 마침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해냈다.
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자유로워진다면 한의약 근거 마련을 토대로 한 한약제제 개발 및 수출 등으로 현재 3%에 불과한 한의약의 세계 전통의학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20조원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듯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에게 더 정확하고 안전한 한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세계 바이오시장에서 한의학을 활용해 막대한 미래가치를 창조하고 침체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즉각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일이다.
환자와 산업계,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까지 모두 이로워질 수 있는 일이 특정 직역 하나의 반대로 막혀있는 걸 보자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