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청렴한국'을 위한 서울특별시의 역할
2017-03-13 16:22
김상식 서울시 청렴정책자문위원장
선진국의 기준은 무엇일까(?) 1인당 국민소득, 산업화 정도, 국민의 기대수명, 강한 군사력 등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무형의 국력(smart power)을 강조하는 오늘날은 '국가 청렴도'를 빼놓을 수 없다. 국가 청렴도가 높은 나라는 사회적인 신뢰가 사회 저변에 깔려있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한 투자활동과 함께 미래예측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나라'임을 의미한다.
지난 1월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를 발표했다. 부패인식지수란 공직자와 정치인 등 공공부문에서 부패가 존재한다고 인식되는 정도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서 53점으로 총 176개국 중 52위를 차지해 2015년의 37위(56점) 보다 15계단이나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는 29위로 부끄러운 성적이다. 현재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청렴하지 못하다'라고 대외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평가 결과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하겠지만 언제까지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 반부패시스템을 바로 세워서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부패 척결 및 청렴도 향상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발표한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대책' 이른바 '박원순법'이다. 박원순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공직자가 단돈 1000원이라도 수수할 경우 처벌하는 자치법규다. 이는 작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박원순법' 시행 후 2년 동안 공직 비리신고는 6배 가량 증가하고 공직자 비위건수는 38% 감소해 조직 내 청렴의식 고양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서울특별시가 올해부터 공공기관 최초로 '청렴 자율준수제'를 시행한다. '박원순법 2탄'이라고 할 수 있는 청렴 자율준수제는 각 기관이 자체특성에 맞는 부패 예방계획을 자율적으로 세우고 추진한 뒤 실적 평가에 따라 우수기관의 감사유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근본적인 부패 차단을 위해서는 공직자가 개혁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가 돼 자발적인 노력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에 착안한 것이다.
이는 고등학생을 포함해 여러 위치에 있는 시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희망하는 '청렴'의 의미를 직접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렴의 수요자이자 수혜자인 시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민 눈높이에 맞는 청렴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
이런 서울특별시의 반부패 정책방향의 전환은 지금의 시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공공기관 주도, 하향식 청렴정책에서 벗어나 내부 구성원 및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공직사회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반부패 정책은 공직자 스스로 청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국민이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 환경을 조성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 있는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서울시가 선봉에서 수행해 나간다는 점은 높이 평가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월 24일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주최하는 민관협력 포럼에 참석해서 "부패에 대한 대처야말로 사회안전과 미래세대 보호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 강조하고 이를 위해 서울시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어느 때보다 청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큰 지금 중앙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국민 모두가 새로운 다짐으로 협력해 대한민국이 깨끗한 나라로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