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인수논란] "日 통신·방송 1위 사업자간 M&A는 상상도 못해"
2016-03-21 00:01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의 M&A(인수합병)는 일본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정부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사안과 관련해 야마다 카나우(山田協) 일본케이블TV연맹 심의관은 20일 "한국과 일본의 통신업계를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을 전제로 "다만 일본 시장을 놓고 본다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NTT도코모가 케이블TV 1위 쥬피터텔레콤 인수에 나선다는 것인데, 그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은 유선전화 1위 업체와 이동통신 1위 업체가 모두 같은 NTT그룹이다. 일본 정부는 통신시장의 경쟁 측면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NTT그룹이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는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통신 규제기관인 총무성이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떨어질 때까지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는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총무성의 통신정책은 흡사한 부분이 많지만, 경쟁 측면에서 1위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더욱 중시하는 쪽은 총무성이다.
KDDI는 케이블TV 업체 재팬케이블넷(JCN)을 자회사로 두면서, 지난 2010년 쥬피터텔레콤의 주식을 취득해 쥬피터텔레콤과 JCN을 합병, 일본 국내 점유율 50%가 넘는 최대 케이블TV 사업자로 등극시켰다. 유·무선 1위 사업자 NTT그룹의 IPTV(인터넷TV)에 대항하기 위한 KDDI의 전략적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쥬피터텔레콤과 KDDI 산하 JCN은 지역이 서로 다른 케이블TV 업체이며, IPTV가 전국 서비스인 것과 달리 케이블TV는 지역마다 1개 업체씩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쥬피터텔레콤과 JCN은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KDDI의 유료방송 가업자 대부분이 IPTV 가입자가 아닌 케이블TV인 JCN 가입자였기 때문에 KDDI의 주식취득으로 실질적인 경쟁제한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주식취득을 승인했다.
최근 일본 통신시장은 M&A에 대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되는 추세다. 총무성은 통신사업자 간 M&A를 심사할 권한이 없었으나, 올해 5월부터 관련 M&A에 대한 총무성의 사전심사를 의무화하고,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총무성은 지난해 통신사업자간 M&A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독점규제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이통3사의 지역밀착형 데이터통신사 인수와 MVNO(알뜰폰)업체의 인수 등이 주된 심사 대상으로, 통신사업자간 M&A를 철저히 막겠다는 복안이다.
총무성 관계자는 "M&A 규제를 강화한 이유는 지난 2013년 이동통신 3위 사업자 소프트뱅크가 4위 업체를 인수했기 때문"이라며 "기존업체들이 주파수를 우회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신규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도 "일본은 아직까지 통신사와 방송사의 인수합병이 없었으며, 앞으로 발생할지 조차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만약 일본에서 1위 업체끼리의 인수합병이 발생한다면 매우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1위끼리의 합병은 경쟁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